[사설]공무원연금 혈세로 메우나

동아일보 입력 1999-08-05 18:23수정 2009-09-2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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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완전히 바닥이 드러나는 공무원연금 기금 부족분을 국가재정에서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수년전부터 기금고갈이 우려되어온 공무원연금 기금총액이 현재 1조6807억원 밖에 남지 않은데다 내년에 내주어야 할 연금 2조965억원을 모두 지급할 경우 2000년에는 기금이 4158억원의 적자를 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는 내년에 법정부담금 1조4000억원 이외에 1조원 가량을 추가지원키로 했다.

이는 정부가 공무원연금 기금운용을 잘못해 바닥을 내놓고도 공무원들의 퇴직후 노후보장을 위해 국민 혈세를 끌어다 쓰겠다는 발상이다. 한마디로 무책임 행정 및 도덕적 해이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민간기업에는 책임경영을 요구하며 윽박지르기 일쑤인 정부가 스스로의 판단 잘못과 방만한 운영에 따른 기금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에게 추가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가재정도 심각한 적자상태가 아닌가.

물론 정부부문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감축으로 연금지급규모가 크게 늘었고 그 비용은 궁극적으로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만한 연금 운용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은 내놓지 않은 채 공직사회의 ‘구조조정 비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동안의 적자를 고스란히 세금으로 메우겠다니 후안무치(厚顔無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무원연금 기금 보전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 달래기의 일환이라면 더더욱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뒤늦게 공무원연금제도 개선시안을 마련하고 있다지만 ‘선(先)보전 후(後)개선책’이야말로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수년전에 이미 공무원연금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방만한 기금운용체계 때문에 기금이 머지않아 바닥날 것이라는 경고도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정부도 공무원연금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공무원과 정부가 합쳐 내는 갹출액에 비해 지급액이 너무 높다. 일시불로 지급하면 부담액의 3∼4배가 넘는다. 60세가 넘어야 연금을 받게 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연금지급 개시 연령도 따로 없다. 20년만 근무하면 연금을 받는다. 연금 지급기준도 터무니없이 높고 공무원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한 경우에도 월급과 연금을 이중으로 받는다. 이같은 모순과 불합리를 그대로 방치해 온 것이 정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포함해 96만 공무원이 손해 볼 짓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또 하려고 들지도 않았던 것이다.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과연 제대로 된 개선책이 나올 수 있을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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