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선대인/발묶인 119

  • 입력 1999년 8월 2일 19시 26분


지난달 초 경기 파주시에 소방서가 들어서자 파주시민들은 반가움과 함께 안도감을 느꼈다. 96년과 지난해 수해 때 구조활동을 고양소방서에 의존해야 했던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500㎜가 넘는 이번 폭우로 또다시 ‘고립무원의 섬’으로 변해버린 파주시 문산읍과 광적 파평면 등 수해지역 주민들은 예년과 별다른 ‘구호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소방서 직원들이 팔짱만 끼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소방서 직원들은 숨쉴 틈도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왜일까. 문제는 ‘인력과 장비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었다.

파주소방서의 119구급대원은 고작 4명. 대규모 수해에 대비해 상부에 구급대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상부에서는 올하반기에나 인력을 지원해 주겠다는 응답이었다.

장비도 문제. 침수지역 구조활동에 필수적인 장비인 고무보트는 단 2대뿐이다. 파주시처럼 좁은 농로나 비포장도로가 많은 지형에 맞는 지프도 1대가 고작이다. 그나마 파주시에 통사정을 해 얻어낸 지프였다.

경기지역 곳곳에서 구급대원 30여명과 보트 등이 지원됐지만 수천명이 넘는 이재민을 구하기엔 너무 벅차다고 소방서 직원들은 하소연했다.

한 직원은 “인력과 장비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목숨까지 거는 일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96년과 지난해 수해 때도 현장에서 활동했던 한 직원은 “정부는 매번 소를 잃고 나서도 외양간도 안 고쳐준다”며 “수많은 인명이 달린 재해예방대책인데 최소한 십년대계는 세워줘야 우리도 일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선대인<사회부>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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