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허남성/이제는 미사일主權 찾자

  • 입력 1999년 7월 6일 19시 50분


김대중대통령은 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사거리 500㎞ 미사일을 연구하고 실험 발사하겠다는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은 “양측 실무대표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자”며 사실상 완곡한 유보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 군사수단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미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은 스커드 B와 C, 그리고 노동1호 등 남한 전역은 물론이고 일본 본토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작년 8월말 사거리 1700∼2200㎞의 대포동 1호를 실험 발사한 바 있고 최근에는 사거리 4300∼6000㎞의 대포동 2호와 사거리 1만㎞ 이상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3호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우리는 평양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거리 180㎞의 현무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95년 이래 진행된 한미간 미사일각서 개정협상으로 최근 사거리 300㎞까지 상호 양해돼 있는 상황이지만 이것도 기껏해야 신의주에서 함경북도 성진을 잇는 선, 즉 북한지역의 3분의 2 정도만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사거리 500㎞는 돼야 비로소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어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기지와 발사설비들을 파괴하거나 다른 전략목표들에 대한 보복타격이 가능하다. 미사일 공격에 대한 완벽한 방어수단이 세계적으로도 아직 없다는 실정을 감안할 때 사거리 500㎞ 미사일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질적이고도 능동적인 억제 수단이다.

이번 미사일 사거리 연장논의는 한국의 미사일 주권과도 직결된다. 남북한 간에 엄청난 미사일 불균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소위 ‘한미 미사일각서’에 의해 우리의 발목이 묶였다. 남북한간 미사일 불균형 타파를 위한 최소한의 자주적 미사일능력 확보를 위해, 그리고 통일 이후 장기적 국방전략 차원에서 이번 김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중요한 선언적 의미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미사일은 다가오는 정보화시대에 방송통신 환경 정보 등 민간 분야에서 필수적 첨단과학 기술 영역이므로 독자적 능력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대통령은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튼튼한 안보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미사일 사거리 연장 논의를 통해 새삼스레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제의는 포용정책 기조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일체감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미국은 비록 국제적 미사일 비확산 규범, 그리고 남북한간 또는 동북아지역에서의 군비경쟁 우려 등 이유를 들어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현 시점에서 한국 안보의 기본축이 한미연합방위 체제라는 사실에 추호의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주변국들이 이미 세계적 수준의 미사일 능력을 구비하고 있는 터에 한국이 고작 500㎞급 미사일 보유를 추진한다고 해서 군비 경쟁을 과열시키고 북한을 자극할 것이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미국은 남북한간 무기체계의 불균형 해소, 한국의 대북 협상력 제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미 안보동맹 구도에서 점차 한국의 역할과 기능 확대라는 미래지향적 안목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김대통령의 제의를 계기로 한미 양국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미사일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허남성(국방대학원 교수·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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