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한양대 류마티스병원 치료팀

  • 입력 1999년 7월 6일 18시 34분


한해 외래환자 10만명. 대기환자 4만명. 첫 접수 후 대기시간 3∼4년. 그래도 환자는 전국에서 밀려든다.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치료팀. 89년 국내 첫 류마티스내과(한양대병원)로 출발해 류마티스병원으로 성장하기까지 류마티스를 알리고 치료하는데 앞장서 왔다.

팀장인 김성윤원장은 “류마티스와 류마티스관절염은 혼동돼 쓰이지만 다른 병”이라고 소개. 류마티스는 뼈 주위가 아픈 140여 병을 통칭하는 말이고 이 중 관절염이 100여 가지. 류마티스관절염은 백혈구가 정상관절을 공격해 생기는 관절염을 ‘꼭 집어’ 가리킨다. 류마티스는 머리에서 나와 온몸으로 흘러내리는 나쁜 액체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륨(Rheum)’에서 비롯된 말이다.

■류마티스의 메신저 ■

86년 김원장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류마티스내과를 만들려하자 주위에선 관절염은 정형외과에서만 치료할 수 있다며 비웃었다. 미국에서 암치료제로 개발돼 류마티스치료제로 쓰이던 약을 처방하자 환자가 다른 의사로부터 “사기꾼이 암치료제를 관절염치료제로 속여 썼다”는 말을 듣고와 항의하기도 했다.

팀원은 모두 골프를 못한다. 배상철교수는 “모두 조깅 수영 등 시간이 적게 드는 운동만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주위로부터 ‘속검은 의사’란 말을 듣는다. 환자를 돌보다 오후3∼4시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운 뒤 오후7시 역시 자장면을 먹고 밤11시까지 연구실을 지켜 왔기 때문. 팀은 류마티스관절염 진단 뒤 10년 내 불구가 될 확률을 30%에서 2%로 낮췄다. 최근 간암치료제로도 쓰이는 방사선물질 ‘홀미움166―키토산’을 류마티스치료제로 93년 개발했고 95년엔 류마티스관절염의 새 진단법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 진단율을 60%에서 93%로 끌어올렸다.

■자가면역성 질환 ■

관절 근육 뿐 아니라 피부 신경 장기까지 아픈 ‘루푸스’와 류마티스관절염은 완치가 힘들다. 불치의 병이므로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팀원은 “완치는 힘들지만 조기발견해 복합약물을 먹으며 치료받으면 고통없이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주로 아침에 무릎 손 발가락 팔꿈치 손목 등이 아프며 통증이 1시간 이상 지속된다는 점에서 저녁에 30분 정도 무릎이 주로 아픈 퇴행성관절염과 구별된다.

루푸스는 수시로 목숨을 위협하는 무서운 병이지만 치료받으면 사회생활도 할 수 있다. 10여년전까지는 발견 후 5년 생존율이 40% 정도였으나 현재 10년 생존율이 90% 이상. 평소 아프지 않던 관절이나 근육이 자주 아프고 고열이 며칠째 나며 쉽게 피로해진다. 약 복용과 함께 푹 쉬면서 적당히 운동해야 한다. 환자의 40% 정도는 햇빛에 과민반응을 보이므로 땡볕을 피해야 한다.

■의학 한계에 도전하는 얼굴들 ■

▽김 성 윤(50·류마티스병원장)환자에겐 늘 미소짓지만 밤11시전 후배의 연구실이 ‘불 꺼진 창’으로 바뀌면 못참는다. 10여년 동안 한국 의료계의 ‘폐쇄주의’와 싸워왔다고 믿는다. 요즘 상명대 김경일교수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50여권 사서 주위에 나눠주고 있다.

▽김 신 규(47·진단면역과)95년 류마티스관절염의 항원 ‘MTOC’과 이에 대한 항체를 발견하고 이것을 이용한 진단법을 세계 첫 개발. 각종 자가면역질환과 류마티스 검사시약 20여가지를 국산화했다. 조기관절염클리닉 운영 중. “류마티스의 경우 ‘조기진단예방’입니다.”

▽유 대 현(41·류마티스내과)“앞가림을 못할 뿐 머리숱도 많습니다.”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죽일 수 있는 방법과 면역세포가 이상행동을 할 때 다량분비되는 단백질 ‘CD40’의 활동을 억제하는 방법 등을 연구.

▽배 상 철(40·류마티스내과)세계적 루푸스전문가 30명의 모임인 슬릭(SLICC)의 정회원. 최근 스위스에서 온 전신마비 직전의 환자(7)를 구했다. 적은 비용, 작은 통증, 큰 치료효과의 3박자를 조화시키는 ‘임상경제학’을 국내도입. 아내(36)는 91년부터 6년동안 매일 저녁도시락을 싸주며 내조.

▽이 인 홍(38·류마티스내과)미국 코넬대 연구교수로 있다가 3개월 전 귀국. 백혈구가 정상관절을 공격하는 ‘신호전달체계’를 연구. 1주일에 두 번 오전7시∼밤12시 실험실에서 지내며 밤샘도 잦다. 임재범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 최신곡을 꿰뚫고 있다.주말엔 가족과 야구장으로.

■세계의 베스트팀 ■

미국 로체스터의 메이오클리닉, 보스턴의 하버드대 브리그햄&우먼스병원, 뉴욕의 코넬대 특수수술병원,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대병원. 류마티스 전문의들은 세계 최고의 류마티스 치료팀으로 이들 네 병원의 팀을 꼽는다. 미국의 ‘유에스 뉴스&월드 리포트’가 매년 발표하는 류마티스치료 순위에서도 네 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고 있다. 올해는 메이오클리닉이 1위.

한양대 류머티스치료팀의 배상철교수는 브리그햄&우먼스병원, 유대현 이인홍교수는 코넬대 특수수술병원과 각각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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