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마도로스」서 법학박사 변신 김인현 교수

  • 입력 1999년 7월 5일 19시 09분


김인현(金仁顯·40·목포해양대 해상운송시스템학부 교수)씨는 8년 전 침몰한 배의 선장으로 몇년 전만 해도 호주 시드니법정에 불려다녀야 했던 처량한 신세였다. 그러나 그는 좌절을 딛고 일어서 쟁쟁한 로펌(Law Firm)의 변호사들과 해상사건을 해결하는 오뚝이 인생을 살고 있다.

김선장은 82년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일본 산코(三光)라인에 입사, 오대양을 누비다가 승선 9년만에 선장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91년 3만t급 화물선의 초보선장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인광석을 선적한 뒤 호주 남서부의 에스페란스항에 입항하던 중 해도(海圖)에 기재되지 않은 암초를 만나 배를 잃고 말았다. 이등항해사가 해도회사에서 보내준 개정 내용을 해도에 기재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사고였다.

김선장은 “재판관이 한국 일본의 선장들 보다 영국의 선장출신 변호사들을 전문가로 더 존중하는 것을 보고 모멸감을 느껴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법을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94년 고려대 법대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고대 법대에서 공부하는 특이한 선장의 존재가 알려지자 95년 국내최대 로펌인 김&장은 그를 스카우트, 시프린스호사건 등 각종 해난사고 소송에 전문가로서 참여시켰다. 김선장은 “대형해상사건은 대부분 국제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영어실력이 필수”라고 강조하고 “배를 탈 때 단파라디오에 나오는 ‘미국의소리(VOA)’방송을 녹음해 들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형로펌에 들어간 국내 유일의 마도로스로 명성을 얻은 김선장은 올해초 박사학위를 받고 목포해양대에서 학생들에게 해상법을 가르치고 있다. 김선장은 또 해상사건분야의 권위 있는 로펌인 세경합동 등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그는 다음달 3일과 10일 서울 종로구 당주동 선주협회대회의실에서 12시간짜리 해상사건처리 전문가과정을 로펌의 주니어변호사들에게 강의할 예정. 0631―240―7055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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