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생존게임]곽동수의 생존체험 일지

  • 입력 1999년 7월 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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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터넷만으로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스로 ‘체험!인터넷서바이벌99’에 참가했다.

인터넷전문가로 소문나 있는 만큼 멋지게 생활하려 했지만 입실하자마자 결국 먹을 것을 먼저 찾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전문가인양 하다가 오히려 밥을 굶는 게 아닌가 염려도 했지만 점심시간이 되자 걱정은 사라졌다. 인터넷 쇼핑몰들이 이번 서바이벌 행사를 노려 특별지원팀까지 운영하면서 배달시간을 1∼2시간으로 앞당기는 기민함을 보였기 때문.

한 과일쇼핑몰은 친절하게도 주문한 과일바구니에 담배와 라이터까지 보너스로 보내주는 친절함을 발휘했다.

우리보다 앞서 인터넷생존체험을 했다는 영국 런던의 선배 4명. 그들은 비록 이틀을 굶는 수모를 겪었지만 100시간 인터넷 생활 후 모두 행복하고 만족한 표정이었다.

비록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을 원하는대로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나와 참가자들은 인터넷에서 더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내게 보낸 수백통의 전자우편에서 알 수 있듯이 사이버공간도 사람이 살고 정을 나누는 곳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5박6일간 한 사람도 만나지 않은 시간들을 통해 인간이 살 수 있는 최우선의 조건은 결국 ‘사람과의 친밀함’이라는 걸 배웠다. 인터넷 카메라로 본 다른 참가자들도 비록 가족을 만나진 못했지만 전자우편과 전자게시판의 글을 통해 웃고 울고 감동하며 사람들과 사귀며 고독과 스트레스를 떨쳐냈다.

특히 24시간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우리의 생활을 함께 보면서 응원해준 국내외 네티즌들의 ‘잠 못 이루는 밤’도 이곳을 나가면 소중한 추억거리로 남을 것 같다.

디지털세상은 이미 시작됐다. 독방이나 아프리카의 오지라도 인터넷으로 연결된 우리의 생활엔 이미 ‘벽’이 사라졌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리얼(Real)’ 세상으로 나간다. 나가면 아내와 아이들과 포옹하고 담배를 한껏 피고 싶다.

곽동수(인터넷칼럼니스트)i@sav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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