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세상 정다운 사람]성남 활민교회 최규성 목사

입력 1999-07-02 23:07수정 2009-09-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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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중원구 은행2동 활민(活民)교회 최규성(崔圭成·57)목사의 뇌리에는 ‘불우 청소년’들에 대한 생각이 꽉 차 있다.

71년 8월 대학 졸업반시절.머리는 박박 깎고 수염은 기르며 반독재투쟁을 벌이던 그는 ‘광주대단지(현재 경기 성남시 중원구)난민폭동’사태 때 그 참상을 보러 왔다 28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다.

당시 허허벌판이던 ‘광주대단지’는 전국 각지에서 개발에 밀려난 철거민들의 천막집이 군데군데 집단을 이루고 있었다.

거의 ‘원시적’ 수준의 주거환경에 대한 정부당국의 무성의한 대책에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집단폭력시위를 벌인 것이 ‘광주대단지폭동’사건. ‘개발독재’에 대한 첫 시민항거이기도 했던 이 사건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그 참상을 목격하고 ‘사명’을 건졌다.

소외된 사람,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그 해 10월 대학에 휴교령이 내리자 삶의 터전을 이곳으로 옮기고 천막집 한구석을 빌려 야학(夜學)을 열었다. 갈 곳이 없고 머물 곳이 없었던 청소년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그들과 함께 허허벌판 시유지 한곳에 ‘움막학교’를 지어 ‘제일실업학교’를 세웠다.

그러나 반정부투쟁 경력때문에 당국은 그의 봉사를 불온한 것으로 여겼다. 철거반을 동원해 어렵게 지어놓은 ‘움막학교’를 허물면 다시 짓고, 또 허물면 또다시 짓고… 그렇게 ‘세상과 싸우며’ 그는 불우청소년들을 가르쳤다.

모교 은사, 종교단체, 외국대사관 등 각계에서 관심을 표시했고 방학이 되면 30∼40여명의 대학생이 선생님을 자원했다. 돼지를 사주며 새끼를 쳐 야학운영비에 보태 쓰라는 성원도 있었고 ‘철거재판’을 맡았던 판사가 자신이 선고한 벌금을 익명으로 보내오는 일도 있었다.

이곳을 찾는 청소년은 대부분 돈이 없어 학교 문턱에서 좌절해야 했던 사람, 장애인, 학교에서 ‘포기한’ 문제아들.

그러나 수많은 청소년들이 이 곳에서 새로운 삶을 배웠다. 그동안 이곳을 찾은 5000여명 가운데 2000여명이 중고등학교 입학 자격검정고시를 통과했다.

현재 학생수는 300여명. 수업료는 물론 무료다. 그러나 이곳은 현재 문을 닫은 상태. 허허벌판이던 이곳 움막촌이 아파트단지로 변했고 제일실업학교가 차지하고 있던 땅도 금싸라기 요지로 변했다. 성남시는 이곳에 시영아파트를 짓기 위해 ‘나가달라’는 독촉을 거듭한 지가 벌써 몇년째다.

“언제 다시 학교에 갈 수 있느냐고 묻는 아이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차례 걸려 옵니다. 그러나 할 말이 없습니다.”

옮길 땅은 찾아 놓았으나 옮길 집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목사는 요즘 그 옛날의 램프를 들고 ‘야학(夜學)의 불’을 밝혀줄 것을 호소하고 다닌다.

“연간 낙태 200만건, 미혼모 발생 2만건…. 이로 인한 청소년문제는 심각합니다. 더구나 정규교육에서 소외된 청소년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입니다.”

백성이 활기를 찾는 ‘활민(活民)교육’이 소원이라는 최목사의 얼굴이 결연해 보였다. 0342―734―7718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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