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이렇게 맞자]복거일/Y2K 낙관적으로 대처를

  • 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0분


새 천년기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대개 희망과 꿈을 얘기한다. 그런 태도는 자연스럽지만, 내 눈길은 새천년기의 문턱에 걸린 ‘Y2K문제’라고 불리는 검은 구름장으로 자꾸 끌린다.

그 문제가 불러올 재앙이 어떤 모습을 할지 그리고 얼마나 클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큰 재앙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현대 사회는 아주 촘촘하게 짜여진 조직이라 한 부분에서 일어난 마비는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흔히‘나비효과’라 불리는 ‘초기조건에 대한 예민한 반응(sensitive dependence on initial conditions)’으로 사회의 몇몇 분야에서일어난 마비가 사회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을 우리는 어렵지않게 본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그런 재앙이 현대 문명 사회를 낳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비판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현대 기술문명의 대안은 포근한 자연과 조화를 이룬 목가적 삶이 아니라 적대적 자연환경에서 생존에 온힘을 쏟아야 하는 야만인의 고되고 짧은 삶이다. 기술이 불러온 문제들은 더 나은 기술만이 극복할 수 있다.

외환부족으로 시작된 큰 경제적 위기를 넘겼듯이 우리는 ‘Y2K문제’도 넘길 것이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의 참뜻을 알고 그것들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한, 우리는 기술이 불러오는 문제들을 그럭저럭 해결해가면서 문명을 발전시킬 것이다. 그런 ‘조심스러운 낙관’은 새로운 천년기를 맞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마음의 자세일 터이다.

복거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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