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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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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북한당국의 조작 기도와 강압 행위에 대해 규탄하고 사과를 요구하며 재발방지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정부 이름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씨가 불법억류돼 6일 동안 겪은 정신적 고통은 자유민주 사회에서 소중히 다뤄져야 할 인권문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또 북측은 이미 아태평화위의 성명 등을 통해 민씨가 공작요원인 것처럼 국제사회에까지 선전해 놓았다.이런날조된선전을분명하게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는 대북 요구사항을 실천하기 위한 후속협상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 바란다.
북한당국이 민씨에게 가한 인권유린 행위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내용이다. 북한당국은 자신들이 미리 정한 목적에 따라 민씨에게 북측 안내원의 귀순을 유도했다고 시인할 것을 강요했다. 민씨가 세차례나 귀순 유도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자술서를 쓰며 저항하자 북측은 사죄문으로 바꾼 것이다. 정부 조사반의 발표대로도 민씨는 두번이나 혼절했다. 북한 조사원은 공작의 배후를 대라며 “실토하지 않으면 3년이고 10년이고 맛을 봐야 한다”고 협박했다. 강제억류돼 수년간 가족 품에 돌아갈 수 없다는 말보다 더 무서운 ‘고문’이 어디 있겠는가. 민씨는 폭행당하지는 않았다지만 퇴원 후에도 2주에 한번씩 통원치료를 받아야 할 형편이다. 강압으로 입힌 정신적 충격은 단순한 손찌검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폭력이다.
북한당국이 작성한 초안을 민씨가 베껴 쓴 사죄문 내용도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김정일장군이 남측과 북측 사이의 타협을 인정하고 관광으로 베풀었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북한당국이 정치교육을 한 셈이다. 이는 영토침범 못지않은 ‘국민의식 침해’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북측은 민씨에게 비디오 카메라 앞에서 사죄문을 낭독하게 했다. 이는 북한체제가 시행하는 이른바 자아비판과 인민재판식 형벌이다. 우리 국민에 대한 북측의 이같은 처벌행위에 대해 정부는 분명하게 따지고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민씨 사건에 정부가 왜 그렇게 미온적인지 의아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관광객을 비롯한 방북인사의 신변안전 보장은 단순히 말로만 촉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확실한 장치로 담보돼야 한다. 남북당국간 분쟁조정기구의 설치 등이 합의되기 전에는 금강산 관광선을 출항시켜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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