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6월 15일 20시 0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지금까지 조사한 적이 없는 먼 우주를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계획인‘허블 딥필드 계획’의 지휘자이며 전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장 밥 윌리엄스는 우주에 먼저 형성된 것은 작은 물체들이었다고 믿고 있다. 딥필드계획에 의해 촬영된 사진속의 은하들이 지구 가까이 있는 은하들보다 작다는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거리가 멀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된 것이라는 뜻이다.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나온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그만큼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가까이 있는 은하들보다 작다는 먼 은하들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윌리엄스는 “가로의 길이가 약 3천 광년, 즉 우리 은하의 약 10분의 1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가 처음 허블 딥필드 계획을 생각해 낸 것은 1994년이었다. 그때 그는 허블망원경을 북쪽 하늘의 한 지점에 맞춰 놓고 이를 ‘딥필드 노스 계획’이라고 이름지었다. 그때까지는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했던 그 지점에서 허블망원경은 중요한 정보를 채집해 알려주었다.
1989년에 발사된 우주배경탐험위성(COBE)이 찍은 먼 우주의 극초단파 사진에는 지상의 망원경으로 촬영한 사진에서와 마찬가지로 은하들이 흐릿한 솜털처럼 나타나 있다. 과학적으로는 대단히 소중한 자료였지만 대중들에게서 감탄을 끌어낼 만한 사진은 아니었다. 허블 딥필드 노스 계획이 실시되기 전 과학자들은 우주망원경도 그리 많은 것을 관측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몇십억 광년 이상 떨어진 물체는 흐리고 어둑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블망원경은 과학자들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현재 허블우주망원경은 허블 딥 필드 사우스 계획에 따라 남쪽 하늘을 향한채 무려 3천여개나 되는 은하들의 사진을 찍어내고 있다. 허블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곳은 120억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구두점 크기만한 관측점이다. 허블이 촬영한 각 은하에는 수십억개의 별들이 있다. 우리가 지금에서야 볼수 있게 된 이 별들은 이미 오래전에 다타서 사라져 버렸거나 붕괴해서 블랙홀이 되었을 것이다.
99년 새해가 밝아온 직후 허블 딥필드 계획팀은 텍사스주의 오스틴으로 날아가 2년에 한번씩 열리는 미국천문학회의에 참석했다. 새로운 연구성과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아침식사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급히 자료를 점검했다. 그동안 팀연구원 퍼거슨과 디킨슨, 그리고 조너선 가드너는 우주에 은하가 몇개나 있는지를 계산하기 위해 정신없이 계산기를 두들겨 댔다. 가드너가 먼저 계산을 끝냈다. “난 1250억개로 나왔어.” 그가 말했다. “어, 나도 그래. 가자.” 퍼거슨이 말했다.
이날 발표가 끝난후 이들은 한 멕시코 식당에 앉아 자신들이 우주로 쏘아보내고 싶은 망원경과 탐사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은 망원경과 탐사선을 만들수 있는 자신들의 지식을 이용해서 쉽게 돈을 벌수 있는데도 어릴 적에 품었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카네기천문대의 앨런 드레슬러는 허블 딥필드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왔던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허블 딥필드 사우스 계획에서 수집된 자료가 첫 딥필드 연구의 자료와 모순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향해 길을 제대로 잡았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천문학의 황금시대를 목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행성들, 우리 은하계 중심에 있을지도 모르는 블랙홀등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몇년 지나지 않아 대담하게도 외계 생명체를 진지하게 찾아 헤매는 작업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앞으로 30∼40년 후에는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낙관하고 있다.
▽필자:브루스 더피〓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