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차선을 지키자]英 런던에선 이렇게…

  • 입력 1999년 5월 16일 20시 04분


영국 런던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거리 중 하나인 옥스포드거리.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로 런던의 명물인 2층 버스와 블랙 캡’이라 불리는 택시가 쉴새없이 오가는 번잡한 곳이다.

늘 정체가 이뤄질 것 같은 곳인데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유는 적당한 ‘위반’

이 곳에서는 블랙 캡이 아무데서나 유(U)턴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층 버스도 택시 등이 앞을 가로막고 있을 때 슬쩍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로로 앞질러 가기도 한다. 하지만 위반시에도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예의를 지킨다.

런던의 또다른 중심도로인 유스턴거리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유스턴거리는 런던 시내에서 보기 드문 편도 3차로 도로로 시내의 북쪽과 중앙을 연결하는 순환로 중 일부분.

이곳에는 중간중간 우회전할 수 있는 곳을 제외하고 전구간에 철책으로 된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다.

제한속도가 고속도로와 같은 시속 70마일(약 1백10㎞)로 중앙분리대가 없을 경우 자칫 큰 사고가 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런던대 교통연구소에 유학중인 윤장호씨(39)는 “지켜야할 것은 철저히 지키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한다는 영국인들의 철학을 도로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대형사고가 우려되는 지역에는 아예 중앙분리대를 설치해 사고를 철저히 예방하고 나머지 지역은 좁은 도로사정을 감안해 중앙선 침범을 유연하게 허용한다는 것이다.

런던시내의 도로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엄격한 중앙선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하얀색의 점선으로 된 중앙선이 거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영국의 교통법규는 기본적으로 중앙선을 넘어서는 안되지만 반대편 도로에 차량이 없고 앞 차를 추월하거나 방향을 틀고 싶을 때는 넘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두줄짜리 하얀 실선이 우리나라의 노란 실선과 같은 개념의 중앙선이지만 이 역시 급커브길 등에 제한적으로 그려져 있다.

런던대 교통연구소 선임연구원 헤더 와드는 중앙선 침범에 대해 “시내 도로가 대부분 편도 1,2차로로 좁은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량이 속도를 내지 않아 위험성이 적기 때문에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선을 때와 장소에 따라 넘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부주의하게 넘다가 사고를 낼 경우 엄격하게 처벌을 받는다.

중앙선을 넘어 운전하다 사망자가 났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사고의 경중에 따라 법원이 정하는 액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벌금의 상한선은 없다. 면허취소도 최소한 2년 이상이다.

사망사고가 아닌 경우에도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 질 수 있다. 또 비록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부주의하거나 적절하지 못한’ 운전으로 인정되면 2천5백파운드(약5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런던〓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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