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영이/「내몫 챙기기식」빅딜

  • 입력 1999년 5월 11일 19시 14분


발전설비와 선박용엔진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국중공업이 3월말 공동평가단을 구성했을 때만 해도 모두 빅딜이 급진전될 것으로 기대했다. 5월11일까지 자산평가를 마치고 빅딜을 조속히 매듭짓기로 합의해 상반기중 한중 민영화를 위한 입찰공고도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감시한인 11일 3사는 새삼스럽게 빅딜범위에 대한 ‘해묵은’ 논란으로 되돌아갔다.

삼성으로부터 발전설비와 선박엔진을 넘겨받는 한중이 주설비 이외의 보조설비는 받지 않겠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

삼성은 “자산평가를 시작할 때 인수범위를 확정해놓고 지금와서 딴소리”라며 발끈했지만 한중은 “사업범위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불필요한 사업은 인수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한중은 이에 앞서 현대와의 발전설비 빅딜에서도 보일러사업을 제외하고 발전기사업만 넘겨받기로 하는 등 진통을 겪어왔다.

삼성과 현대는 한중에 과거 투자비를 모두 보상해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한중은 과잉설비 인수에 한푼도 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삼성과 현대가 스스로 잘못 투자한 과잉설비를 떠넘기면서 제값을 받아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마찬가지로 국내업계의 과잉을 해소하고 건전한 체질로 만들어 민영화를 추진해야 할 한중이 전혀 손해보지 않고 민간 기업에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은 공기업의 독선이나 다름없다. 3사가 모두 ‘손 안대고 코풀기’식의 자사이기주의로 빅딜을 끌고 간다면 우리 업계는 과잉설비와 부실경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영이<정보산업부>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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