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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9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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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사실의 정확성을 신문의 생명으로 여기고 있다. 사실과 다른 보도가 확인된 때도 실수나 착오 정도로 관대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미진한 취재, 간접적 취재원, 마감시간에 쫓긴 성급한 판단, 추측과 과장, 반론에 대한 외면 등이 기사의 내용을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과 멀어지게 한다. 신문제작의 편의성이나 잘못된 관행 때문에 어떤 부분은 고의로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기록한다.
사소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런 예를 들어보자. 월요일자 신문에 나오는 대부분의 기사는 전날인 일요일 아니면 토요일(요즘은 일요일엔 신문이 배달되지 않으므로)에 일어난 사실이다. 공휴일 다음날도 마찬가지다. 3일자 사회면에서는 국가정보원이 북한 주민의 귀순사실을 ‘밝히고’, 고려대가 삯바느질 할머니의 10억원 장학금 기탁사실을 ‘밝히고’, 네팔 관광부가 산악인 지현옥씨의 추락사를 ‘발표한’ 것은 모두 일요일로 돼 있다.
한 주를 거슬러 4월 26일자, 서울지법은 토요일에 한통노조 간부에게 벌금형을 ‘선고’했고, 무역협회는수출업체들에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일요일에 ‘밝혔다’.
일간지가 매일매일 뉴스를 싣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이나 이런저런 단체에서 신문을 위해 주말이나 휴일에도 일을 할까. 아니면 신문사가 월요일자 지면을 위해 비축해 둔 기사를 골라내면서 편의상 전날의 일로 쓰는 것일까. 그 해답은 위에 열거한 기사들의 일자에 한정된 형식적 진실성의 정도를 확인해 보면 된다. 아마도 3%를 밑돌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사의 내용이 중요하지 날짜 정도야 사소한 것이라고 치부하는 편의적 사고에서 연유한다. 3일 이상 지난 사실은 구문(舊聞)이 아닌 신문에 싣기에 적당치 않다는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이러한 편의적 발상이 신문의 진실성에 대한 평점을 까먹는 역할을 한다. 남부지원의 근로자 지위확인에 대한 판결 내용을 5일자에 실으면서 4월30일에 선고된 것임을 밝힌 것은 정직하다.
4일자 ‘우리들 세상’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관련광고를 포함해 8면에 달하는 특집이다.
경향 각지의 놀이터 공연 행사가 망라되었다. 선물고르기까지 곁들여, 다음날 아침 아이든 어른이든 원하는 것은 손가락으로 짚기만 하면 해결될 성싶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상업적 놀이동산과 호텔과 백화점이 주무대였다. 어린이날 특집은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쓰면 되는가를 제시하는 선택적 청구서였다.
그날의 특집은 기본적인 것을 빠뜨리지 않고 열거해 정보를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충실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보다 특별한 것을 내놓는 데는 실패했다. 가볍게 아이들과 함께 거닐 수 있는 것, 함께 이야기하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없었는가. 말하자면 어른 위주의 여행지나 먹을 거리 소개를 벗어나, 5월 한달 동안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여행지나 아이들과 어울려 사색할 테마를 연속물로 기획했다면 옴부즈맨의 잔소리 하나는 줄었을 것이다.
차병직(변호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