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신한―국민銀, 앉아서 「떼돈」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0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4억달러와 5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국내 증시의 호황 덕을 톡톡히 봤다. 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실제로 손에 쥐게 된 돈의 액수가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8천3백만달러의 차익을 챙긴 신한은행〓이인호(李仁鎬)행장 일행이 홍콩에서 해외 로드쇼(투자설명회)를 시작한 3월29일 신한은행 주가(종가기준)는 9천6백원.

그후 주가는 상승행진을 거듭해 로드쇼 마지막 날인 이달 8일에는 1만2천원으로 올랐다. 불과 열흘만에 25%나 오른 것.

주식예탁증서(DR) 발행계획이 알려지면 공급압박에 대한 우려감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게 통례. 따라서 신한은행의 주가상승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로드쇼 주간사인 메릴린치증권의 남종원(南宗沅)서울지점장은 “DR의 최종 발행가격이 당시 시가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서둘러 원주 매입에 나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를 증명하듯 3월말 23%였던 신한은행의 외국인 주식보유비율은 8일 24.7%로 높아졌다.

DR 발행의 기준가격이 되는 청약마감 전 5일간의 평균주가는 1만1천8백40원. 투자설명회 도중에도 주가가 계속 뛰자 외국펀드들은 “기업가치가 높은 점은 인정하지만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라서는 곤란하다”며 5% 정도의 할인을 요구했다고 협상팀 관계자가 전했다.

신한은행은 DR 청약금액이 6억5천만달러로 발행예정액인 4억달러를 웃돌자 5일간 평균주가에 2.2%의 프리미엄을 더 붙여 발행가격을 주당 1만2천1백원으로 정했다.

주가가 3월29일 9천6백원선을 유지했을 때보다 실제 납입대금이 8천3백만달러 가량 더 들어온 셈이라며 은행측은 희색이 만면.

남지점장은 이번 DR에 모 국가의 정부펀드가 1억달러 주문을 낸 것을 비롯해 소로스펀드 등 미국 내 상위 10개 펀드가 모두 청약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도 벌만큼 벌었다〓골드만삭스가 국민은행 보통주 3억달러를 주당 1만2천원에 매입키로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양측 모두 주가변동에 따른 ‘가슴앓이’가 심했다는 후문.

공식협상이 시작된 3월2일 국민은행 주가는 8천8백50원. 양측이 5억달러 투자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16일에는 1만2천원으로 뛰었다.

당시 골드만삭스측은 인수가격을 주당 8천원대에서 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은행은 1만2천원은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이 투자 세부조건을 협의하는 동안에도 주가는 계속 올라 국민은행 이사회가 열린 이달 6일엔 1만3천7백원을 기록했다.

국민측은 내심 ‘1만2천원+α’를 기대했지만 골드만삭스측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완강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주당 인수가는 양측이 한발짝씩 양보해 3월16일 수준인 1만2천원선에서 절충됐다.

송달호(宋達鎬)행장은 “이번 협상을 통해 주가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절감했다”며 “앞으로 은행경영의 초점을 주주만족 극대화에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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