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4월 2일 19시 1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우리 사회의 기본틀인 자유민주 체제나 안전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출소 후에도 재범의 위험성 여부를 계속 관찰해 재범을 막겠다는 근본취지는 이해한다. 남북분단상황과 이념의 대립 속에서 그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이를 핑계로 필요이상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장기간 동향파악의 대상이 돼 왔다는 점이 문제다.
누구든지 법에 의한 형벌을 다 받고 나면 원래의 자유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다. 출소 후까지 동향파악으로 계속 고통을 주는 것은 또다른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는데 그것이 분명한 법적 근거 없이 검찰의 일개 지침으로 이뤄졌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공안사범 사후관리지침’에는 검사가 재범의 위험성 여부를 판단해 사후관리대상자를 선정하게 돼 있다고 한다. 또 이 지침은 대외비로 돼 있다. 검사들의 자의적(恣意的)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검찰의 불법사찰 문제를 제기하면서 밝힌 한 회사원의 사례를 보면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87년 6월항쟁 당시 집시법위반 혐의로 조사받은 뒤 기소유예로 풀려났는데 그 후 94년부터 4년간 동향파악을 당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경우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그런 예는 극히 예외에 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비교적 가벼운 사안에도 사찰을 행한 점에 미루어 사찰이 광범위하게 실시돼 왔다는 증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검찰은 문제의 지침에 의한 출소자 사찰이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근거한 ‘통상적 수사정보활동의 일환’이었으나 그동안 너무 형식에 치우쳐 사실상 실효가 없었다고 해명한다. 경찰관이 본인에게 전화로 한마디 물어보고는 ‘특이동향 없음’이라고 보고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더라도 동향파악을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대상자 입장에서 보면 두달에 한번씩의 전화 통화만으로도 심한 모멸감을 느낄 수 있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위축될 수도 있다. 더구나 친분관계 월급 출퇴근시간 등 순수한 사생활의 영역까지 관리카드에 기재해온 점은 명백히 선을 넘은 것이다.
검찰이 문제의 지침을 폐지 또는 대폭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회의 안전망이라는 범위 내에서 정보수집활동의 분명한 선을 그어 인권침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그것이 신(新)공안정책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