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0주년 3·1절 아침

  • 입력 1999년 2월 28일 19시 56분


해마다 3월1일이 되면 우리는 한민족 역사이래 최대의 민족운동으로 평가되는 3·1운동을 생각하게 된다. 올해는 특히 일제에 빼앗긴 자유와 주권을 되찾기 위해 민족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단결해 항거한지 80주년이 되는 해이자 뼈아픈 1900년대의 세기를 마감하는 시점인 탓에 이번 3·1절은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그러나 올해의 3·1절이 갖는 세기적 의미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국가적 사회적 관심은 그에 못미치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3·1독립운동기념탑’이 크게 건립돼 제막되기는 하지만 올해 3·1절이 갖는 의미를 상징하는 표지(標識)로 삼기에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국가적 경제난 속에 맞는 3·1절 80주년이라면 그에 합당한 학술회의라도 열어 3·1정신에서 국난극복의 교훈을 찾았어야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3·1운동은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최초의 민족운동이다. 그 때문에 3·1운동은 두고두고 민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사상 최대의 실업률 속에 맞는 이번 봄은 우리 사회의 내부적 분열과 갈등이 날카롭게 맞설 것으로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문제는 물론 사회과학적 접근과 방법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의 이해 당사자들이 민족을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벌인 3·1운동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린다는 각오로 나선다면 오늘의 문제는 더욱 쉽게 풀릴 것이라는 게 우리들의 생각이다.

3·1운동은 민족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그 극복의 원동력을 줄 뿐만 아니라 민족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준다는 데도 새삼스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일독립선언서의 내용은 쇼비니즘과 같은 협소한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근대적 자유 평등 인권 도의사상을 포괄하고 있어 다음 세기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와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보편의 가치를 제시한 선언서의 내용은 세계화의 유행속에 무절제하게 들어오는 외국의 가벼운 정신사조로부터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세기 글로벌 수준에 걸맞은 나라의 위상을 구축해야할 우리의 입장에서는 3·1운동의 민족정신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국사에서 20세기가 일제의 세력확장과 강점으로 암울하게 시작된 역사였다면 새로운 세기는 희망과 비전 속에 시작돼야 한다. 3·1운동이 일어났던 1900년대 마지막 해의 80주년 3·1절은 이같은 각오를 다지고 그 정신으로 오늘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세로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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