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인준/「TV대화」 허실

  • 입력 1999년 2월 22일 19시 40분


▽1백가구 가운데 35가구가 21일 저녁 KBS1 MBC SBS 등 3개 TV가 동시 생중계한 김대중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시청했다고 한다. 당선자 시절이던 작년 1월 첫 대화 때 시청률이 53%였고 그해 5월 2회 대화 때가 40%였으니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하겠다. 앞으로 그 시청률의 높낮이는 어떻게 바뀔까.

▽이날 김대통령은 재벌개혁이 미흡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재벌의 팔을 비틀어서 협박한다’고 외국잡지가 보도할 정도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팔을 비튼 적은 없다” “그러나 국내에선 절실히 모르지만 해외에선 그런 정도로 강하게 재벌개혁을 하고 있다고 평가해준다”고 덧붙였다. 재벌구조조정에 대한 권력개입은 부인하면서 개혁성과는 인정해달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빅딜 등의 과정을 지켜본 국민중에 팔을 비튼 적이 없다는 말을 고스란히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말로 팔을 비튼 적이 없습니까’라고 되물을 수 있는, 쌍방향으로 열린 대화가 되지 못하면 대화는 점점 더 공허해질 것이다. 또 대통령이 하는 말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지않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아지면 ‘국민과의 대화’의 TV 시청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그 시간에 KBS2TV의 ‘일요일은 즐거워’나 ‘종이학’을 보는 시청자는 늘어날 것이고….

▽지도자는 국민의 현실인식과 괴리된 말을 삼가야 한다. 대통령부터 그렇지 못하면 정치불신 정부불신이 더 깊어질 뿐이다. 김대통령은 1년전 취임사에서 “저를 믿고 적극 도와주십시오”라고 국민 앞에 호소했다. 말과 행동의 일치가 신뢰와 동참의 전제가 될 것 같다.

배인준〈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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