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71세 차춘성옹『나의 노년「장애」는 없다』

입력 1999-02-08 19:48수정 2009-09-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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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참 세월 한번 빠르군요. 동아마라톤이 벌써 고희를 맞다니…”

3일 동아마라톤 참가 접수를 마친 외다리 마라토너 차춘성씨. 올 71세. 동아마라톤보다 딱 한살이 많다. 해방 전쟁 보릿고개 등 그 험한 세월을 끗꿋한 의지 하나로 살아왔다. 차옹의 오른쪽 다리가 없는 것도 바로 그 흔적중의 하나. 51년 5월5일 1사단12연대 보병으로 전투에 참가했다가 경기도 삼송리 숯돌고개에서 부상을 당했다.

차옹이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83년부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잔병치레가 잦아지고 쓸데 없는 생각이 많아져 시작했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집 가까이에 있는 석촌호수 주변을 뛴다. 하루 뛰는 거리는 7∼8㎞.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와 샤워를 하고 먹는 아침밥은 정말 꿀맛 같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로는 잡념과 잔병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차옹이 그동안 참가한 크고 작은 국내외대회만도 1백50여개. 대부분 5㎞부문에 출전했다. 91년 11월 일본 후쿠오카대회에는 아내(63)와 함께 나란히 달리기도 했다. 5㎞ 주파 기록은 40분대. 36분에 달린적도 있지만 요즘은 아무래도 힘들다.

차옹은 70평생 무슨 일이든 결코 포기한 적이 없다.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 달리기도 마찬가지. 중도에서 포기한 적이 한번도 없다. 젊은 사람들이 도중에 힘들다며 포기하는 것을 보면 정말 한심한 생각이 든다.

“70 먹은 이 외다리 늙은이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데…”

차옹은 아내와 단 둘이 소꿉장난 하듯 산다. 자식(3남1녀)들은 모두 출가해서 독립해 나갔다. 차옹은 늙었다고 자식의지하고 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것. 달리기도 마찬가지다.누가 대신 달려줄수 없다. 그래서 외롭다. 그렇지만 해 내야한다. 가끔 달리다가 보면 차옹보다 뒤처지게 된 사람들이 기를 쓰고 차옹 앞으로 나가는 것을 본다. 외다리 늙은이에게 뒤떨어지는 게 창피해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달리기는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때 제일 힘든 곳은 역시 오르 내리막 길. 목발과 외다리로 너무 서두르다 보면 균형을 잃기 쉽다.

차옹은 요즘 몸이 근질근질하다. 꽃피는 새봄 천년고도 경주에서 벌어지는 동아마라톤대회가 기다려 지기때문이다. 동아마라톤에 나가면 해마다 단골로 참가하는 낯익은 얼굴들도 만나게 돼 더욱 좋다.

차옹의 고향은 황해도 연백. 죽기전에 고향땅에서 한번 뛰어 보는게 소원이다. 아울러 동아마라톤이 평양 대동강가에서 열리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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