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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6일 2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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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통부문의 부도로 위기를 맞았던 출판계가 대학가의 불법복제사태로 학술 전문도서의 출간을 중단해야 될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보도다. 극단적인 경우겠지만 2백명이 수강하는 대학교재가 단 한권밖에 안팔렸다니 거의 모든 학생이 ‘지식의절도행위’를 한 셈이다. 복사도아예 단체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학술전문서적의 반품률이 76%나된다는 출판사들의 주장이 엄살로만들리지 않는다.
▽일부 학생들은 가정형편상 책값이 비싸 불법복제품을 사기도 하겠지만 ‘교재를 돈주고 사면 바보’라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은 값싸게 책을 살 수 있어서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의 지적 토대를 허무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불법복제가 판치는 풍토에서 누가 저술을 하고 출판을 하려고 하겠는가.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는 옛말은 책을 구할 수 없던 시대라면 혹시 모를까 현대에서는 엄연한 절도행위다. 불법복제품의 구입은 지적 재산을 훔치는 행위다. 학생들의 자성은 물론 당국도 교내외 복사점에서 이뤄지는 복제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진리를 가르치는 대학의 강의실에 놓여 있는 책이 ‘지식의절도’에 해당하는 불법복제품이라면교육적으로도 문제다.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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