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도 높은 한일漁協

  • 입력 1999년 1월 24일 19시 50분


한일간 새 어업협정의 시행세칙 협상이 결렬돼 일본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중이던 우리 어선 3백36척이 철수했다. 경제수역을 인정하는 새 어업협정은 발효했는데 구체적 어로작업에 관한 실무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양국 정부가 실무협상을 타결지을 때까지 어민들은 피차 상대국 경제수역에서 조업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일본 어민들이 우리 경제수역에서 잡는 고기는 우리 어민들이 일본 경제수역에서 올리는 어획고의 거의 절반에 가깝기 때문에 피해는 우리쪽이 두배 정도 더 크다고 보아야 한다.

22일 결렬된 실무협상의 쟁점은 경제수역에 대한 입어(入漁)조건이었다. 일본측은 한국 어선의 대게잡이 저자망 그물이 지나치게 광역을 훑는 것이라며 이를 금지시키자고 나왔다. 장어 통발어로도 금지대상에 포함시켰다. 우리 어민의 고기잡는 방법을 규제하자는 발상이다. 그런 식이라면 어선의 크기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묻고 싶다. 일본 경제수역은 우리 어항에서 멀고 일본쪽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 어민의 어로 비용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먹힐 수밖에 없다. 어선이나 그물이 일본어민의 경우보다 대규모여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실정이다. 이런 어업경영 현실을 외면한 어로장비규제안은 사실상 입어금지나 다를 바 없다.

상호 경제수역에 입어를 허용하는 취지의 어업협정에 합의해 놓고 어로방식을 문제삼아 입어금지 상태로 몰아간 일본측 처사는 당당치 못하다. 시행세칙은 그 모법(母法)인 어업협정의 취지에 따르는 것이 상식이다. 일본은 당초 상대국 경제수역에서 어로작업을 전면금지하는 안을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경제수역에 대한 타국 어민의 입어금지 주장은 경제수역을 영해와 동일시한다는 국제적 비판을 면키 어렵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유엔해양법이 정식 발효될 3년여 후까지 한시적 협정으로 운용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직선기선 영해를 침범했다며 우리 어선 3척과 선원 22명을 나포해 간 것도 국제사회의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위다. 우리 어선은 국제관행상 인정되는 일본의 통상기선 영해에서 8마일 떨어진 곳에서 조업중이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직선기선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한국어민이 이를 침범한 혐의로 처벌받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자국어민을 보호해야 할 주권은 보편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일본의 직선기선은 일방적이다. 일본은 남의 나라 어민을 강제로 끌어다 자국 법정에 세우는 무리수를 중단해야 한다. 나포어선을 즉각 풀어주고 국가간 협상으로 해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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