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안테나]가격파괴-대량유통 日「유통왕」은퇴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49분


“시대는 지금까지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사원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어 결단을 내렸다.”

일본에서 ‘유통왕’으로 불리는 다이에그룹 나카우치 이사오(中內功·77)회장이 이런 말을 남기고 21일 전격 퇴임했다.

지난해 40여년만에 처음으로 경영적자를 내고 무려 2조6천억엔의 부채더미에 빠진 그는 재기를 노렸으나 여의치 않자 자퇴의 길을 택했다.

2차대전 종전후 암시장에서 무일푼으로 장사를 시작한 그는 ‘싸면 팔린다’는 기치 아래 다이에라는 유통점을 개설해 주부들의 인기를 얻으면서 유통왕국을 건설해 나갔다.

다이에는 72년 매출액에서 미쓰코시(三越)를 추월해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는 건설 호텔 프로야구단 등으로 사업을 넓혀 종업원 10만명에 계열회사 1백80개를 거느리는 ‘다이에 왕국’의 총수가 됐다.

그는 카리스마가 강해 그룹내에서 ‘원맨 통솔자’로 통했으나 이같은 경영방식은 점차 통하지 않게 됐다. 더욱이 90년대 들어 장기불황과 과다한 설비투자 탓으로 경영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결국 적자를 내고 말았다.

나카우치회장은 퇴임사에서 “40여년간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톱 다운’방식을 취해 온 것을 반성하며 전원 참가 경영을 지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가격파괴’라는 유명 소설의 주인공 모델이었으며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유통혁명을 통해 대량생산과 소비문화를 이끌었던 그도 시대의 변화에는 무릎을 꿇었다.

〈도쿄〓윤상삼특파원〉yoon33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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