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삼/日 「99년 한반도」비관무드

  • 입력 1998년 12월 27일 19시 38분


내년 봄 한반도 정세를 점치는 일본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본 외무성과 공안조사청은 최근 ‘국제정세의 회고와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둘러싸고 내년도에 한반도긴장이 고조되는 전기(轉機)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미사일 발사 이래 일본측의 태도에 북한이 크게 반발하면서 대일 비난의 톤을 높이고 있다”며 “일본 여론도 결정적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니가타(新潟)현 지사가 북한 만경봉호 입항에 항의하는 주민으로부터 청사 정문에서 린치를 당한 사건은 일본내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입항허가에 대한 불만때문이었다.

일본 정부는 대북 정보 수집 강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추가 편성하고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 법안을 내년 정기국회에서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일본이 보는 내년도 한반도 정세 시나리오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북―미관계 악화→ 경제 위기에 처한 한국의 약점을 이용한 북한의 ‘벼랑 끝’ 협상작전→ 군사충돌 위험 등 긴장 고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습 직후 일본이 즉각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나선 것도 내년 봄 한반도에 벌어질지도 모를 긴장상황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이 무렵 한국 잠수정침투 사건이 겹쳐 터지자 일본 언론들은 내년 봄 한반도 정세 긴박 가능성을 다루는 특집을 일제히 내보냈다.

이처럼 일본의 분위기는 북한이 개혁 개방정책보다 자꾸만 ‘벼랑끝 외교’에 매달리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햇볕정책’의 빛을 잃지 않으려면 치밀한 분석과 판단 및 고도의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윤상삼<도쿄특파원>yoon33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