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변호사와 거짓말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미국에서는 변호사를 ‘라이어(liar)’로 비꼬기도 한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변호사를 의미하는 로이어(lawyer)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절묘하다. 영화 ‘라이어 라이어’는 그럴듯한 거짓말 솜씨로 승소율이 높은 한 변호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변호사의 유치원생 아들은 교사가 아빠 직업을 묻자 친구들 앞에서 서슴없이 ‘라이어’라고 답해 미소짓게 한다.

▼변호사는 아들의 생일파티 참석을 철석같이 약속한다. 그러나 여자와 시간을 보내느라 약속을 잊고 만다. 아빠가 나타나지 않자 아들은 기도를 올린다. “하루동안 아빠가 거짓말을 못하게 해주세요.” 기도는 현실이 된다. 변호사는 동료들에게 속마음을 그대로 뱉아버려 계속 낭패를 당한다. 법정에서조차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 괴로운 시간의 연속이지만 뜻밖에도 승소를 하게 된다. 주인공은 거짓말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변호사들의 거짓말은 영화 속에만 있지 않다. ‘변호사들의 천국’인 미국만의 얘기도 아니다. 우리나라 법정에서도 변호사들의 거짓말은 비일비재하다. 거짓말 홍수 속에서 진주알같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야 하는 판사들로서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재판이라는 것이 도대체 ‘거짓말 게임’이 아닌가 착각이 들만도하다. 변호사의 직업윤리는 거짓말 변론을 불허한다. 그럼에도 많은 변호사들이 거짓말을 해서라도 승소에만 집착한다.

▼세풍사건으로 구속된 이회성(李會晟)씨가 검찰 조사에 대비, ‘행동준칙’을 만들어 연습해왔다고 한다. 변호사 등이 가르쳐준대로 메모한 내용이라는 것. 수사방해를 위해 거짓말을 하도록 조언했다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혐의가 있든 없든 진실만을 무기로 검찰과 대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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