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초등생 졸업논문 「기발한 창의력」가득

  • 입력 1998년 11월 16일 19시 39분


대학처럼 졸업논문을 쓰는 초등학교가 있다. 경기 수원의 매산초등학교. 6학년생 1백35명이 혼자 또는 서너명이 짝을 지어 1년 동안 61개 주제의 논문을 썼다.

1반의 손혜영양. 집에서 병아리를 키워보니 울음소리가 다른 게 이상하고 궁금해 ‘병아리 울음소리 연구’를 주제로 연구. 병아리 2마리를 상자에 넣고 5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배고플 때는 ‘비비비비’ △목마를 때는 ‘비악비악’ △먹이줄 때는 ‘비육비육’ △주인이 있을 때는 ‘뺙뺙’ △고양이가 올 때는 ‘삐약삐약’ 큰 소리로 운다는 것을 밝혀냈다. 같은 반 조윤주 김은지양의 주제는 ‘어린이가 주고 싶거나 받고 싶은 선물은?’. 4,6학년 각 50명에게 설문을 돌려 4학년은 학용품과 장식품을, 6학년은 유행하는 물건과 장식품을 원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밖에 ‘초등학생은 어떤 이성친구를 좋아할까’ ‘장미꽃도 손톱에 물들일 수 있나’ 등으로 연구주제가 다양하다.

학기초 주제를 정할 때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나 다소 엉뚱한 내용을 다루겠다는 경우도 있었지만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대부분 수용한다는 게 정종민 연구주임교사의 설명. 분야마다 지도교사를 정해 의문이 들 때는 수시로 물을 수 있게 한다. 정교사는 “논문을 쓰면서 사물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끝난 뒤에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게 이 교육의 장점”이라고 설명.

6학년생 어린이들은 내년 2월 졸업식 때 졸업장만 받는 다른 학교 학생과는 달리 논문집 ‘배우며 연구하며’를 더 받는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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