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국민은행 여자농구팀 속초지옥훈련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8시 40분


국민은행 여자농구선수들은 요즘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98농구대잔치가 끝나 다른 팀 선수들은 영화도 보고 친구도 만나지만 이들에겐 그림의 떡. 얼굴은 새카맣게 그을었고 다리엔 알이 박혔다.

지난달 31일 농구대잔치가 끝나자마자 시작한 체력훈련. 공은 한번도 잡지못한채 숙소근처 여의도 둔치를 하루종일 달리다 9일 속초행.

“설악산 단풍도 보고 겨울바다도 보고…”라던 꿈은 도착하자마자 깨졌다. 짐을 풀자마자 가파른 미시령 고개에서 2시간반동안 산악마라톤. 이튿날은 오전 6시반에 일어나 신흥사부터 흔들바위까지 뛰었다.

오후엔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밭 달리기. 단풍이 눈앞에 있고 겨울바다를 끼고 있지만 고개를 돌릴 틈이 없다.

저녁을 먹자마자 녹초가 되어 떨어지지만 밤도 결코 편하지 않다. 새벽2시, 불빛 하나 없는 미시령 숲을 헤치고 한명씩 숙소에서 5백m 거리의 공동묘지로 떠난다.

골프여왕 박세리도 했던 담력훈련. 코스 곳곳에서 분장한 귀신까지 등장, 선수들을 자지러지게 한다. 정해일 신임감독은 SK증권 코치시절 이 지옥훈련으로 최강팀을 만들었다. 8월 여름리그 최하위, 농구대잔치 3위에 그쳤던 국민은행. 새로운 탄생을 지켜보자.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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