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내년출범 「유러貨」 벌써 위력

입력 1998-11-10 19:04수정 2009-09-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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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물리친 삼국지의 고사가 최근 유럽에서 재연됐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유럽단일화폐 ‘유러’가 환투기꾼들을 물리친 것.

올 8월 하순 이탈리아 리라화가 투기꾼의 공략을 받자 통화당국이 “리라화는 내년에 출범하는 유럽단일화폐 유러에 환율이 고정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아 환율을 지켜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러시아가 외환거래를 중단시킨 8월28일 이탈리아 외환시장에서는 환투기꾼들이 리라화 선물(先物)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러시아 위기’의 영향으로 이탈리아가 유러에서 이탈, 자국 화폐를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당시 환율은 1마르크에 9백88리라였으나 내년 1월2일기준의 선물은 1마르크에 1천리라의 환율이 형성됐다.

이때 안토니오 파지오 이탈리아중앙은행총재가 나서서 “리라화의 가치는 유러에 고정된다”고 재확인했다. 환율은 금세 안정됐다.

파지오총재는 최근 의회에서 “당시 환율방어를 위해 리라화 매입에 들어간 돈은 3억달러에 불과했다”고 공개했다.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대비 120%로 독일이나 프랑스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유러화 출범전 부채비율을 60% 이하로 낮추겠다고 약속한 점과 유러화 가치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리라화 방어에 성공한 것.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태어나지도 않은 유러가 힘을 쓴 셈”이라고 평가하면서 “유러는 이미 세력을 얻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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