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안면도 맛기행]왕새우 제철…좌판마다 「펄떡펄떡」

  • 입력 1998년 11월 4일 19시 00분


우리나라에서 여섯번째로 큰 섬 안면도.

빨간 연륙교를 건너 안면도에 올라서면 백사장부터 만난다. 이곳은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백사장 해수욕장. 이름처럼 곱고 흰 모래가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다.

고단했던 여름을 뒤로하고 이제는 인적마저 드물어진 가을바다. 그러나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항구인 백사장 포구는 사람들로 붐빈다. 서해안, 그것도 안면도에서 많이 잡히는 희귀성 어종인 왕새우(대하·大蝦) 철이 돌아와 매일 시끌벅적한 장이 서기 때문이다.

5월 서해 연안에서 알을 깨고 나와 큰 바다로 나간 왕새우는 다 자란뒤 9월경 서해안 일대에 돌아온다. 그러면 이 때부터 연말까지 이곳 어부들은 왕새우 잡이에 몸과 마음을 빼았긴다.

지난달까지는 대개 20㎝ 미만의 왕새우가 잡혔지만 그새 더 자라 이달 들어 잡히는 놈들은 몸길이가 20㎝를 넘는다.

포구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펄펄뛰는 왕새우가 담긴 좌판이 즐비하다. 들여다 보니 보통 어른 손가락 두개 굵기로 큼직큼직하다. 열심히 흥정하는 갯가 아낙네들의 억센 말투가 싱그럽다.

가격을 보니 살아 있는 왕새우는 ㎏당 2만5천원, 죽은 것은 2만∼2만3천원. 1㎏이면 작은 것은 25마리, 큰 것은 20마리정도 된다.

아예 버너와 그릇을 차에 싣고와 즉석 새우구이를 해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는 새우를 사들고 인근 횟집으로 간다.

안면도 바닷가 백사장의 포구 횟집은 바다가 보이고 바다내음을 맡을수 있어 좋다. 횟집에서 상차림 값으로 7천원만 내면 사 들고간 새우를 요리 해주는데 이또한 왕새우여행의 별미중 별미다.

산 새우를 1㎏ 사들고 횟집 한 곳을 찾았다. 평평한 등심구이 철판에 굵은 소금을 두툼하게 깔고 그 위에 산 새우를 놓고는 뚜껑을 덮는다. 가스불을 피우자 새우가 뛰기 시작한다. 뚜껑 위에 눌려 놓은 묵직한 사발이 없었다면 뚜껑이 날아갈 판이었다. 소주 한 잔을 머금고 미각을 돋운 후 빨갛게 익은 왕새우의 껍질을 벗기고 한입 깨물었다. 불에 구운 소금에 간이 배인 새우는 육질도 쫄깃했다. 담백한 맛이 그만이었다.

왕새우요리 중 또 하나 별미는 새우회. 춤추듯 요동치는 억센 새우의 머리와 꼬리를 단단히 붙잡고 껍질을 벗겨 초고추장에 찍어 날로 먹는다.

오동통한 새우 살은 달큼한 것이 감칠 맛 난다. 비린내가 나지 않아 회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좋아한다.

〈안면도〓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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