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부도건설사 회생여부 「깡업자」보면 알수있다

  • 입력 1998년 11월 4일 19시 00분


3일 오후 쌍용건설과 남광토건이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개최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설명회’에는 말쑥한 차림의 건장한 남자 30여명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설명회에 참석하고 나오는 5백여 협력업체 임직원들에게 부지런히 명함을 돌렸다.

바로 ‘깡업자(어음할인업자)’들. 이들은 “앞으로 공사대금으로 받는 어음을 좋은 조건으로 할인해주겠다”며 고객을 끌었다.

한 깡업자는 “요즘은 워크아웃 화의 부도 여부보다 재무구조가 튼튼한지에 더 주목한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화의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높은 업체들이 발행한 어음의 할인율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부도나지 않은 부실업체보다 부도난 우량업체의 할인율이 낮은 경우도 있다.

일례로 3월말에 법정관리가 결정된 ㈜건영이 발행한 어음의 할인율은 5대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어음 할인율과 비슷한 수준.

건영의 한 직원은 “요즘도 대금 결제일이 되면 20여명의 깡업자들이 귀신같이 알고 찾아와 진을 치곤 한다”고 말했다.

우성건설 영남건설 등 내실있는 건설업체들도 비록 부도를 냈지만 어음 할인율은 낮은 편.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진이 났을 때 쥐떼를 좇아가면 살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처럼 이들의 동태를 살피면 건설업체의 운명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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