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마이너 리그 (12)

  • 입력 1998년 11월 2일 19시 12분


교유 ⑤

중 2때였던 것 같다. 어느날 소변을 보다가 나는 내 알뿌리 쪽에서 자라난 가느다란 거웃을 발견했다. 2, 3밀리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색깔도 나타나지 않은 가느다란 털이었다. 나는 무척 소중히하며 수시로 관찰했다. 그새 좀 자랐는지 수업시간 중에도 문득 문득 궁금해지곤 했다. 어루만지는 일도 잦았다. 그 무렵 처음으로 몽정을 했다.

새벽인데 반쯤은 깨고 반쯤은 잠들어 있는 선잠 상태였다. 꿈을 꾸었던 듯도 싶다. 근질근질하면서 뭔가 이상한 기분이 느껴져 자꾸만 뒤척이고 있는데 순간 몸에서 뭔가가 쭉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황당하고 황홀한 느낌이었다. 손은 사타구니 속에 들어가 있었고 손가락 새가 축축했다. 기분이 좋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했으며 속이 역하면서도 아른아른 몽롱한 것이 흡사 조미료를 한 숟갈 퍼먹은 느낌 같았다.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는 그 생각뿐이었다. 어쩌라고 그렇게 만들어 놓았는지 남자의 일생 중 가장 성욕이 왕성한 때가 바로 10대이다. 대고 담을 봉지도 없으면서 마치 산모의 몸안에 젖이 돌 듯이 호르몬이 만들어져 넘쳐난다. 공부시간도 화장실도 아랑곳없다. 시도 때도 없다는 말이 바로 그런 뜻이다.

매일 하는 것은 물론이요 하루에도 보통 다섯 번이라거니 여섯 번이라거니, 수음을 둘러싼 허풍이 주요한 화제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허풍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런 데서라도 정보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뭘 알아야 상상을 해도 할 것 아닌가.

어떤 아이는 세칭 ‘둑 너머’로 불리는 역 앞 창녀촌에 갔더니 친구 누나와 꼭 닮은 여인이 ‘어머, 귀여워라’ 혹은 ‘그래도 속은 꽉 찼네’ 하며 쓰다듬는 데에서 그만 첫 번째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둥 거품을 문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절대 입밖에 내지 않는다는 것쯤 아이들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거짓말인 줄 알고 듣는데도 실감이 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야기가 가진 거역할 수 없는 환상이다.

고등학생이 되어 교실 안에 노골적인 책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도리어 그 방면에 흥미를 잃었다. 잃었다기보다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는 게 사실에 가깝겠지만 어쨌든 육체에 호감을 가지지 않음으로써 정신이 강조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정신 속에 맞아들인 소희는 내 육체를 통해 존재를 나타냈다. 소희의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나는 나를 의심했다. 그것은 깨끗하지 않은 기분이었다.

중간고사의 마지막 과목은 수학이었다. 시험지를 제대로 채워넣었을 리 없는 조국과 승주, 두환은 여학생들과의 약속장소인 빵집으로 가기 위해 서둘렀다. 그들의 입가가 연신 실룩이는 것, 특히 외출용으로 따로 맞춘 승주의 나팔바지 교련복의 날선 주름이 어쩐지 꼴보기 싫었다. 몸이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나는 혼자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소희의 얼굴을 마주 보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글: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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