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적십자회비 모금액 저조

  • 입력 1998년 10월 26일 19시 51분


▼국제적 규모의 비정부기구(NGO)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역사와 규모면에서 적십자사 조직을 능가할 단체는 별로 없다. 1863년 태동해 지난해까지 전세계 1백71개 국가에 조직돼 있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적십자사는 ‘봉사와 구호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슬람국가에서는 신앙의 상징인 신월(초승달)을 이용해 만든 적신월사(赤新月社)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적십자운동은 1903년 대한제국정부가 제네바협약에 가입한 뒤 1905년 고종황제가 칙령으로 ‘대한적십자사 규칙’을 공포함으로써 정식으로 시작됐다. 일제시대에는 임시정부 산하에 있기도 했으나 지난 90여년간 봉사와 구호활동은 한결 같았다. 적십자 마크를 단 구호품 운반 트럭이 재난 현장에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이재민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오늘 창립 93주년을 맞는 대한적십자사는 유공자 1천2백여명에게 적십자포장을 주고 2천여명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는 등 성대한 기념행사를 갖는다. 그러나 적십자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대한적십자사 역사상 처음으로 회비 모금액이 목표보다 10%나 미달했기 때문이다. 관례대로 관조직을 통한 모금은 목표액을 달성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은행에 자진납부토록 한 결과라고 한다.

▼노숙자를 위한 급식소 운영과 같은 신규사업과 계속되는 북한주민돕기 등 구호사업은 늘어만 가는데 회비가 목표보다 덜 걷혔다는 것은 낭패다. 자진납부제를 처음 도입한 서울의 경우 대부분 최소 회비인 3천원만 내고 1만원은 물론 5천원짜리 회비를 내는 회원도 드물다고 한다. 여유있는 층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증거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적십자의 손길은 구원 그 자체다. 추가모금에 정성을 모을 일이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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