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더 타임스]英정부,피노체트 처리 신중히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8시 52분


영국정부는 전격 구금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의 처리를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피노체트가 주장하는 외교관 면책특권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병중에 있는 82세 노인을 체포해 넘기는 것에 대한 도덕적인 논란은 그가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과 비교해 고려해야 한다.

피노체트가 이번에 영국에 온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였다. 그는 과거에도 여러번 영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선 새로 들어선 영국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독재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인물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영국은 최근 스페인과 범죄인인도조약을 맺었다.

또 스페인 좌파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마뉴엘 카스텔론 판사의 등장도 비록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피노체트가 체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만약 피노체트가 이번에 영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산티아고 주재 영국 대사관측이 이같은 점을 그에게 충고했는데도 불구하고 런던에 왔다면 이번 일은 순전히 피노체트 개인의 잘못이다. 피노체트에게 아무런 사전 정보를 주지 않았다면 외무부의 처리 방식이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칠레와 영국은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외무부가 이번 일의 처리과정에서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도덕적 외교정책’이 우방국가에 엄청난 어려움을 안겨주는 ‘생각없는 행동’이 돼서는 안된다.

〈정리〓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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