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레이더]獨기민당 차기당수 유력 쇼이블레

  • 입력 1998년 10월 1일 19시 18분


헬무트 콜 독일 총리의 뒤를 이어 기민당(CDU)의 차기 당수로 유력시 되고 있는 볼프강 쇼이블레 원내총무(55).

쇼이블레 원내총무는 다음달 7일 열릴 전당대회에서 당수로 선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냉철한 정세 분석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갖춘 그는 콜총리가 총애하는 인물로 독일정계에선 ‘왕세자’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1965년 기민당에 가입, 72년 연방 의회에 진출한 후 콜총리 밑에서 총리실장관 내무장관 하원 원내총무등 요직을 두루 맡으며 착실히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법학박사이자 변호사인 그는 독일 통일 당시 연방 내무장관을 맡으면서 통일을 기획하고 통일조약문을 성안한 통일의 실무 장본인.

특히 ‘협상의 명수’로 알려진 그는 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동독의 귄터 크라우제 정무장관을 상대로 협상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통일조약을 이끌어냈다. 91년 연방하원에서 통일독일 수도의 베를린 이전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을 때 그는 나치정권의 만행을 비판하면서 베를린의 역사적 문화적 정신적 중요성을 강조해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킨 일은 그의 설득력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준 사례이다.

그에게 인생의 최대 고비가 찾아온 것은 90년 10월. 통일후 첫 총선에서 콜총리를 돕기 위해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정신이상자가 쏜 총에 맞아 하체가 마비된 것. 그후 휠체어에 의지하면서도 91년부터 원내총무직을 맡고 있으며 몸의 움직임이 불편하지만 절대 남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2인자’를 키우지 않고 경쟁자의 도전을 용납치 않았던 콜총리도 쇼이블레만큼은 눈감아 주었으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쇼이블레가 후계자가 되길 바란다”고 거명할 만큼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독일의 루스벨트’를 꿈꾸는 그는 콜총리의 퇴진에 따라 2인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차기 선두주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와 인기를 얻고 있지만 보수적인 정치 성향 때문에 좌파로부터 ‘대표적인 반동수구적 인물’이라는 비판도 받고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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