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사람·문화/테크노마트]젊음 가득찬「첨단 쇼핑몰」

  • 입력 1998년 9월 17일 19시 13분


▼ 도심의 쥐라기공원

서울 광진구 구의동 강변역과 올림픽대교 사이 8만2천여㎡ 부지. 쓰레기매립장이었던 이곳에 현대프라임아파트단지와 함께 올 4월 문을 연 테크노마트. 높이 1백89m, 지상 39층 지하 6층의 단일건물. 연면적은 25만㎡로 웬만한 동(洞)을 능가하고 1주일 유동인구만도 충북 인구와 맞먹는 1백35만명. 그래서 ‘세로로 선 도심 거리’로 불린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걸어서 3분이면 도착하는 이 ‘거리’는 가전제품 컴퓨터 전화기 음반매장이 주종이지만 의류잡화매장 전시이벤트장 먹자 ‘골목’ 영화관 카페 등이 고루 자리잡아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강남역근처와 압구정동이 오랜 번식기간을 통해 형성된 생태계라면 여기는 치밀한 기획에 의해 탄생한 ‘쥐라기 공원’이다.

▼ ±20대의 거리

테크노마트의 ‘지배자’는 20대. 테크노마트측에 따르면 고객의 50%는 20대. 이어 10대(25%) 30대(15%) 40대이상(10%)의 순.20대와 30대초반의 ‘코쿤족+데이트족’에게 이곳은 좋은 놀이 공간. 외부와의 단절욕과 연인과의 접촉욕이 동시에 해결되는 곳. 많은 매장을 구겨넣어 통로가 좁은 일본식 대신 통로가 넓은 유럽식 매장배열로 돼 있다. 남과 부딪히지 않고 나란히 걸을 수 있어 외부와 접촉을 싫어하는 코쿤족을 불러들이는 요소.

반면 데이트족을 부르는 ‘페로몬’은 ‘러브시트’. 10층 극장 ‘CGV강변11’을 자주 찾는다는 김수강씨(25·서울 송파구 복정동)는 “넓지만 역설적으로 이 안에 작은 개인공간이 존재한다”고 설명. 강변11에는 영화관이 11개가 있다. 좌석은 팔걸이가 젖혀지는 ‘러브시트’로 돼있어 ‘다목적용’. 따라서 데이트족이 많이 몰린다.

코 앞에 한강이 보이는 9층 스카이가든도 ‘연인가든’으로 자리매김 중. 해가 지면 20대 연인들로 붐빈다.

▼ 교복족

SF영화의 미래도시와 같은 테크노마트 내부. 금속과 대리석으로 치장했다.건물 중심을 꿰뚫으며 매달려 있는 27m길이의 조형물 ‘빛―우주21’과 멀티비전으로 꾸민 ‘라이팅터널’이 눈의 띈다. 건물 바깥에는 ‘프라이멀 트레이시스’도 인공과 첨단을 강조한다.이 때문에 이곳 ‘아랫 동네’는 10대의 공간이다. 학교수업이 끝난 뒤 습관적으로 들르는듯한 이들의 발길은 지하1층의 스티커사진기와 전 층에 걸쳐 있는 캐릭터상품매장으로 옮겨진다. 때로는 컴퓨터매장에서 공짜게임을 즐기면서.

▼ 바보의 거리로?

생후 6개월의 거대 인공공간. 고소득 장년층의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가운데 젊은층 위주의 문화가 자리잡는데 성공. 2∼8층 전자매장에서 물건이 잘팔려 고객 한사람이 평균 13만원 가량 쓰고 갈 정도로 ‘물’도 괜찮다는 평가. 그러나 대학로 압구정동 강남역과 같은 역동적 문화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또 ‘아무나 다 모이는 그곳에서 만나면 바보’라면서도 딱히 마땅한 약속장소가 안 떠올라 또 그곳에서 약속하게 되는 강남역 뉴욕제과, 대학로 KFC, 압구정동 맥도날드와 같은 ‘바보장소’가 테크노마트에도 생길까.

♠ 테크노마트 가볼만한곳 ♠

▼푸드코트〓지하1층.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셀프서비스 식당가.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떡볶이집 등 45개 업소와 4백여 좌석. 자장면 2천8백원, 스파게티 7천원, 전주비빔밥 5천원.

▼쿠폰꽂이함〓1층 안내데스크 옆. 이 곳에서 쿠폰을 가져가면 해당 매장이나 식당에서 할인혜택이나 사은품 제공. 40여 매장이 쿠폰을 발행하고 있으며 할인폭은 10% 정도.

▼라펠리시타〓9층. 2백50평 넓이에 3백여석을 갖춘 ‘토종’ 패밀리레스토랑. ‘세계 음식여행’을 주제로 90여종의 요리와 1백여종의 칵테일을 선보이고 있으며 9층 스카이가든과 연결돼 있어 한강 강바람을 맞으며 식사 가능. 파히타 9천8백원, 케이준치킨샐러드 8천7백원, 스테이크 1만5천5백원, 칵테일 피나콜라다 4천5백원(부가세별도). 02―3424―1906

▼CGV강변11〓10층. 제일제당과 홍콩의 골든하비스트, 호주의 빌리지로드쇼가 공동운영하는 화면 11개의 ‘비즈니스클라스’급 멀티플렉스 극장. ‘식음료 반입 환영’.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 팝콘포장지와 컵홀더를 갖추고 있다. 24시간 ARS전화예약(02―3424―1600), 예약시 신용카드번호 불필요. 불만족시 입장료 2배 환불.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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