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최상숙/『가난해도 희망잃지 말아요』

  • 입력 1998년 9월 3일 19시 38분


자리에 눕기만 하면 금세 잠드는 사람이 요새 며칠 밤잠을 설치는 것 같다. 날씨가 더워서 아니면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걸까. 지나칠 정도로 예민한 성격이다 보니 평소와 조금만 달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꽤나 낙천적인 성격에 아무리 어려운 형편이라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 꽉찬 나이에 중매로 만나 결혼한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한 사업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 우리에게 안겨진 것은 빚더미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전세방마저 비워주고 빈털터리가 된 채 눈물로 지새우며 힘든 세상을 원망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의에 빠져 있기엔 우리는 너무 젊었고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빨리 깨달았다. 다행히 남편은 새 직장을 얻었고 나도 신문배달 우유배달 파출부 등 돈이 되는 일은 안하는 것 없이 남편을 도와 많은 세월을 빚 갚는데 소진했다.

아직 내집 한칸 마련하지 못하고 전세방에 살고 있다.하지만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 가정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 주는 남편이 곁에 있으니 부족할 게 없다.남편이 건강하기만 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이란 보물을 가슴에 품을 수 있으리라.

최상숙<경남 양산시 웅상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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