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정영화/적응 어려웠던 「인샬라文化」

입력 1998-09-03 19:38수정 2009-09-25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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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차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인샬라(신의 뜻대로)’다. 이곳 사람들은 ‘예’‘아니오’ 대신 언제나 ‘인샬라’라고 한다.

필자가 여기 처음 왔을 때 무역관 주최 바이어 초청 간담회를 연 적이 있다. 1주일 전에 참가 여부를 확인하고 개최 당일에도 재확인했지만 일부 바이어들이 통보도 없이 불참해 식사값만 지불하게 됐다. 다음날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어보니 모두 ‘인샬라’라는 것이다.

또 한번은 관련 기관에 급한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꼭 필요한 자료이니 보내달라고 부탁하자 담당자 대답이 ‘인샬라’였다. ‘인샬라’란 말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던 터라 자료 구하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특사편으로 원하던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너무 고마워 전화를 하니 대답은 역시 ‘인샬라’였다.

똑같은 ‘인샬라’라는 말을 한 사람은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로, 또 다른 사람은 별 의미 없는 말로 사용하니 외국인으로서는 상대방의 의도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원래 ‘인샬라’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는 신에 의지한다는 뜻으로 이슬람문화권에서는 가장 신성한 말 중 하나다. 그러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지금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잘 구별해야 한다.

이제는 필자도 적절히 ‘인샬라’를 사용한다. 바쁘고 틀에 얽매인 세상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갖게 해주는 말이 바로 ‘인샬라’가 아닌가 싶다.

정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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