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8년 8월 31일 19시 2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22일 LG와 삼성이 맞붙은 잠실구장. 새로 영입한 용병 펠릭스(31)가 처음 홈런을 터뜨리자 LG구단 프런트의 한 직원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LG는 지난달 18일 멕시칸리그에서 뛰고 있던 펠릭스를 ‘빼앗다시피’ 긴급 공수해왔다.
도미니카 출신으로 89년부터 6년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뛴 펠릭스는 통산타율 0.264, 홈런 55개, 도루 49개. 이대로라면 그는 틀림없는 대어급.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19일과 20일 현대전에서 각각 4타수 및 5타수 무안타. 현대와의 3차전인 21일에야 4타수만에 안타 하나를 때려냈다. 13타수 1안타.
사정이 이렇다보니 22일 펠릭스가 삼성전에서 첫홈런을 때려내며 4타수 2안타를 기록해도 프런트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바로 이날부터 펠릭스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변화구에도 쉽게 속지 않으며 ‘타격 천재’다운 적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30일 해태와의 연속경기 2차전에서도 2점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로 펄펄 날았다.
펠릭스가 물방망이가 아니라는 점은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현재 10경기에서 타율 0.257을 기록하고 있는 펠릭스는 최근 5경기만 따지면 타율 0.375로 팀내 1위를 달리고 있다. 한숨만 내쉬던 프런트도 이제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눈이 빛난다.
〈전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