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류성진/『아기 태어나는날 꽃들고 갈께요』

  • 입력 1998년 8월 18일 19시 41분


장모님, 오늘 집사람에게 처남댁이 아이를 가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혼한 지 2년을 넘기면서 처남이 그토록 소원하던 일이 마침내 이루어졌으니 처남부부는 말할 것도 없고 장모님은 얼마나 기쁘고 흐뭇하셨습니까. 문득 1년반 전 장인어른께서 속절없이 돌아가신 일이 못내 아쉽게 떠올랐습니다. 셋이나 되는 외손녀들을 보실 때마다 과자를 사주시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시던 분. 오늘 같은날 기뻐하실 모습을 그저 마음으로 그려볼 수밖에 없어 안타깝습니다.

유언도 한마디 남기지 못하시고 돌아가신 분을 시립묘지에 모시던 날, 모두 떠난 묘 앞에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던 처남 모습이 제 망막에는 슬픈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아마 외아들인 처남의 슬픔이 남달랐을 것입니다. 당신의 약한 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늘 며느리 자랑을 하시고 간혹 딸의 집에 전화를 걸어 “별일 없나 해서 그냥 전화했어”하시는 장모님. 당신은 감추려 애쓰지만 쓸쓸한 마음 전부는 아니어도 조금은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장모님, 하지만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길 것입니다. 당신의 친손이 태어나는 날 좋아하는 장미꽃 사들고 찾아뵙겠습니다.

류성진(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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