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발목잡는 政派이기주의

  • 입력 1998년 8월 13일 19시 30분


여야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와 원(院)구성 협상을 일괄타결해 국회를 정상화할 움직임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여야는 비뚤어진 발상과 행태를 또 드러냈다.

원구성을 미루고 국회를 4개 특위 중심으로 운영하는 선에서 총리인준안을 처리하자는 이면합의가 그것이다. 이 합의는 국회 완전정상화를 요구하는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국회를 변칙가동하려는 꼼수였다. 국민을 업신여기고 국회를 아무렇게나 대하는 이런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국회는 제대로 굴러갈 턱이 없다.

이면합의는 여야의 뿌리깊은 정파이기(政派利己)주의에서 나왔다. 한나라당측은 원구성을 8·31전당대회 이후로 늦추자는 비당권파의 요구를 의식했던 것 같다. 연립여당은 국회야 어떻게 되든 총리인준부터 받아내려는 조급함에서 국회 변칙가동에 합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양쪽의 그런 정파이기주의가 이면합의라는 야합을 낳았고 국회정상화의 발목을 잡았다. 어제 한나라당 간부회의의 거부로 이면합의는 무효화됐지만 소리(小利)에 집착하는 정파이기주의는 여전히 도사리며 국회를 위협하고 있다.

당초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구성을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자는 한나라당 일각의 주장은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당권장악을 위해 상임위원장 자리를 미끼로 쓰거나, 당권장악 후에 자리를 자파에 유리하게 배정하겠다는 계산이 아니고 무엇인가. 더구나 전당대회까지는 보름도 더 남았다. 당권이든 무엇이든 국회를 보름 이상 볼모로 잡을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여권 일각에서 비리에 연루된 야당의원까지 받아들여 원내과반수를 만든 뒤에 총리인준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하자는 ‘정면돌파론’을 거론한 것도 옳지 않다.

여야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단독처리 운운한 것은 과거 여당의 독주 버릇을 답습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정치인 사정(司正)과 정치개혁을 부르짖는 처지에 비리의원까지 끌어들여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국회정상화에는 아직도 고비가 남아 있다. 핵심 상임위원장을 여야 어느 쪽에서 맡을 것이냐, 한나라당 몫의 상임위원장을 당내에서 어떻게 안배할 것이냐로 삐걱거릴 수도 있다. 여기에 정파이기주의가 또 작용해 국회정상화가 다시 늦어진다면 사태는 심각해질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국회 상대 소송뿐만 아니라 의원소환제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본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원정수 대폭 축소를 국민 94%가 요구하고 있다. 국회를 향한 국민의 원성과 분노는 끝없이 치솟고 있다. 총리인준안 처리와 원구성을 오늘 마쳐야 한다. 제헌 50돌에 이어 건국 50돌마저 국회파행 속에서 맞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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