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권우/「종묘산업」 정부가 지원할 때

  • 입력 1998년 8월 4일 19시 35분


한국의 종묘산업은 지난 30년간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그 결과 몇가지 채소류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완전 자급체계를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국내 종묘회사가 외국 회사에 인수 합병됨으로써 한국 채소종자산업의 절반이상이 외국계 회사의 영향아래 들어가게 됐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종묘회사들의 방만한 경영, 농민들의 외국산 종자 선호, 정부의 정책부재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현 상황을 보다 냉정하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우리의 육종기술과 유전자원 유출문제를 보자. 우리는 무 배추 고추 등 동양채소에 강점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소비가 늘고 있는 서양채소의 품종육성은 부진하다. 이번 인수 합병을 통해 다국적기업의 풍부한 유전자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무 배추 등의 동양채소는 그 소비및 생산이 이뤄지는 동양에서 육종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국내에서 육종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당분간 외국기업의 독과점에 의한 종자가격 상승도 없을 것으로 본다. 기존업체와 새로 참여한 외국기업간 품질경쟁 가격경쟁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외국기업의 독과점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고 우량종자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국내업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영세업체의 품목특화 유도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생산자단체인 농협이 종자산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박권우<고려대교수·원예육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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