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으로 보는 세상]『납치극체험』 외국인들 예멘行 러시

  • 입력 1998년 7월 27일 19시 21분


“스릴만점의 휴가를 보내고 싶으면 예멘으로 오세요.”

중동의 예멘에서 빈번하게 외국인 납치극이 발생하는데도 오히려 외국관광객이 급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91년 이후 예멘에서 피랍된 외국인은 무려 2백50여명. 1월 주예멘 한국대사관의 외교관 가족이 피랍됐으나 풀려난 경우도 있다.

납치범들은 예멘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국경지방의 부족들. 물론 피랍 당사자와 가족들은 당황하고 또 장기간 억류나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생한 납치극이 예멘 관광의 큰 장애물이 안되는 이유는 납치범들이 대부분 인질을 며칠만에 무사히 돌려보냈기 때문.

이들이 내거는 인질석방조건은 관대(?)하다. 구속된 동료를 석방하라, 자동차판매상에게 사기당한 돈을 돌려달라,연료값을 내려라, 부족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늘려달라 등등.

예멘정부와 여행사들은 대개 약간의 돈으로 납치극을 해결한다. 피랍자들의 이색적인 체험과 얘깃거리는 호기심 많은 관광객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예멘의 관광여행사에는 “피랍여행상품도 있느냐”는 문의가 심심찮게 들어온다고 한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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