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닥터]호르몬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②

  • 입력 1998년 7월 24일 19시 55분


키 1m70에 몸무게 59㎏인 직장여성 김모씨(28·서울 강남구 신사동). 살이 적당해 균형잡힌 몸매인데도 최근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정장을 사려고 들렀던 매장에서 그냥 나와야 했기 때문.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점원의 말. “신체 선을 강조하는 스타일이 유행이잖아요? 살이 ‘있으면’ 선택의 폭도 좁아요.”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사회?

김씨의 경우는 극단적이라 하더라도 ‘먹고 싶은 본능’과의 싸움은 결코 쉽지 않다. 적게 수고하면서 살을 빼는 방법은? 그 해답으로 최근 호르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허기를 속이거나’ ‘많이 먹어도 체내에 덜 흡수되게 하는’ 호르몬을 비만치료에 활용한다는 것.

▼식욕억제 호르몬 연구는 어디까지〓‘렙틴’ ‘뉴로펩타이드Y’ ‘갈라닌’ 등 식욕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호르몬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체내 작용방식에 대해서는 연구 단계. 이 중 95년 미국의 록펠러대와 하워드휴즈병원 연구소가 발견한 렙틴의 역할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렙틴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했을 때 뇌에 ‘배가 부르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 비만한 사람은 렙틴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거나 렙틴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세포의 수용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 렙틴은 현재 임상실험 중.

▼지방을 근육으로 바꾸는 호르몬요법〓‘성장호르몬’은 체지방을 근육으로 바꾼다. 식이요법과 함께 사용하면 더 큰 효과. 지난해 연세대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비만클리닉 남수연교수팀이 4개월 동안 비만환자 20명에게 매일 한 끼 식사분인 5백㎉만을 준 식이요법을 실시. 식이요법만 사용한 집단은 체중이 1㎏ 감소할 때 체지방이 5백∼6백g 줄었으나 식이요법과 함께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집단은 체지방이 9백g 이상 감소. 성장호르몬은 또 활발히 움직일수록 많이 나온다.

▼치료에 사용 중인 호르몬〓갑상선 질환으로 갑상선호르몬이 적어지면 신진대사가 늦어져 체중이 증가. 이 때는 갑상선호르몬을 투여. 또 스테로이드호르몬 ‘코르티솔’이 많아지면 식욕은 왕성해지지만 에너지소모율은 떨어져 체중 증가. 특히 일상생활에서 관절염약 등 스테로이드제제를 남용하는 것은 금물.

(도움말〓연세대의대 내분비내과 허갑범교수 02―361―5416, 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이병두교수 02―950―1915)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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