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노트]정성희/줄일 것을 줄이자

  • 입력 1998년 7월 24일 19시 40분


나라도, 기업도 구조조정이란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가계를 꾸려가는 주부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다수의 주부들이 얄팍해진 지갑을 들여다보며 살림살이에 구조조정의 지혜를 발휘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문에 가끔씩 소개되는 알뜰 주부들의 가계부를 들여다 보며 “이렇게도 절약하는구나”하며 감탄하곤 한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나는 것은 이른바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다. 많은 이들이 소득이 줄자 우선 “매일 아침 배달받던 우유를 끊었다” “문화생활비를 줄이기위해 신문을 끊었고 도서구입비도 삭감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여파가 얼마나 컸던지 낙농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또 어떤 주부는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1백W짜리 전등을 모두 60W짜리로 교체했다”고 귀띔한다.

물론 우유나 신문마저 끊어야하는 경제사정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우유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수적인 완전식품이다. 당장 우유를 안먹인다고 큰일 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학원 과외비보다 우선할 것이 틀림없다.

더욱이 신문은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정보화사회에서 가정과 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다. 신문과 같은 정보원을 끊어버리면 취업정보 등 IMF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놓칠 수밖에 없다.

쓸데없는 전등을 켜거나 불필요한 냉방기기를 틀어대는 것은 문제이지만 난데없이 흐릿한 전구로 바꿔 달면 자녀들의 시력은 어찌될 것인가. 구조조정이 중요하다면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는 더욱 중요하다. 이 시대 건강과 자기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이때문이리라. IMF는 가계부를 쓸 때마저도 삶의 가치를 어디에다 먼저 둘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정성희<국제부>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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