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최귀인/낭비 호통치던 엄마

입력 1998-07-22 19:26수정 2009-09-2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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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일이었다.아이들이 흘리는 물한방울 주스한방울을 화장지로 닦아내는 내모습을 본 친정어머니는 혀를 끌끌차며 한숨을 내쉬었다.“걸레는 뭐에 쓰려고.”

나는 어머니의 그러한 모습이 못마땅했다. 티슈를 만들기 위해 몇년된 나무 몇십그루가 베인다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고 편리함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굳어진지 꽤나 오래되었으니까. 구태여 수도꼭지 틀어 손씻을 필요없이 손가락만 까딱하며 ‘쏙’ 빼서 쓰던 모습이 나의 생활습관이었다. 지금 이 순간. 청결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곽티슈 화장실용 휴지 종이행주를 연방 사 날랐던 지난 시간들이 부끄러움으로 밀려온다.

나의 유년시절은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친정어머니는 딸들인 우리를 모아 놓고 “여자는 물과 불을 아낄 줄 알아야 부자로 산다”며 물 한바가지 함부로 쓰는 것까지 호통을 치시고 널부러져 있는 땔감까지도 절약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경제적으로 암울한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그 말씀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그 흔한 유명브랜드옷하나 걸쳐보지 못하고 좋다는 가전제품 하나 없이 살지만 아직도 나에겐 사치라는 거품이 걷치지 않은 것 같다.

최귀인(전북 익산시 창인동1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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