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정훈/「태극기 달리기」의 참뜻

  • 입력 1998년 7월 20일 19시 43분


장맛비와 뙤약볕 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국일주 태극기 달리기’행사가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가고 있다.

17일 국회의사당 앞을 출발한 태극기는 바라보는 모든 이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며 전국의 산과 언덕을 누비고 있다. 연도에 나선 시민들은 저마다의 염원을 태극기에 실어보내며 환호를 아끼지 않는다.

행렬을 따라 달리는 초등학생. 3·1운동 당시의 태극기에 대한 열정을 떠올리며 기수단을 향해 ‘만세’를 외치다 주르르 눈물을 흘리는 할아버지. 달리기를 마친 주자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시민들.

19일 충북 음성군에서는 무려 3천여명의 군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소망의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며 입을 모아 만세삼창을 외치기도 했다.

이 모두가 ‘이제는 더이상 좌절할 수 없다’는 의지와 ‘우리의 마음까지 태극기에 담고 달려달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몸짓이었다.

이는 우리민족의 저력과 단결력을 되찾자는 모두의 함성이기도 하다.

이번 ‘태극기 달리기’행사는 날이 갈수록 연도에 늘어선 주민의 호응과 환호의 열기가 더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 호응은 ‘국난극복’과 ‘국민단합’에 대한 국민 모두의 애절함이 배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온 국민이 ‘하나’로 거듭나고 있는 소중한 순간에 당리당략에 얽매여 있는 정치현장과 눈앞의 이해 때문에 노사간에 대립을 빚고 있는 산업현장은 ‘전국일주 태극기 달리기’의 현장모습과는 동떨어진다.

지금은 갈등과 반목을 접고 뜨거운 햇볕속에 구슬땀을 흘리며 묵묵히 국토를 누비는 태극기 주자들을 다함께 격려해 주어야 할때가 아닌가.

박정훈(사회부)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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