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21일]태양에 얼굴붉히는 칸나

  • 입력 1998년 7월 20일 19시 33분


유월의 장미가 사람의 시선을 떨굴 무렵, 해일처럼 밀려드는 꽃 칸나. 초여름 함초롬히 피어나 서리가 내려서야 그 화려함을 꺾는 정열의 화신. 파초(芭蕉)의 잎새는 저 멀리 열대의 꿈을 머금는다.

하지만 뉘라서 아랴. 그미색(美色)을 탐해 개량종이 1백을 헤아리건만 태반이 씨를 맺지 못하니, 붉은 입술은 불모(不毛)의 서러움을 달싹이는 듯.

그래선가. 비 씻긴 뒤이거나 이글대는 태양 아래서거나 그 정염에선 요기(妖氣)가 어른거린다. 흐리고 한때 비. 아침 19∼25도, 낮 22∼29도.

아, 그리고 끝내는…, ‘가장 화려한 꽃이/가장 처참하게 진다//네 사랑을 보아라/네 사랑의 밀물진 꽃밭에/서서 보아라//절정에 이르렀던 날의 추억이/너를 더 아프게 하리라, 칸나꽃밭…’(도종환)

〈이기우 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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