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비트컴퓨터 조현정사장]『벤처도 큰시장 노려야』

  • 입력 1998년 7월 19일 19시 05분


의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벤처기업 비트컴퓨터의 조현정(趙顯定·40)사장. IMF찬바람에도 연일 터지는 수출계약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브라질의 의료기기회사인 파피루스사와 성형외과 가상시술 시뮬레이터인 ‘DR. PSs’를 기한없이 매년 30만달러씩 받는 조건으로 수출계약을 했다. 83년 회사 설립 이후 첫 수출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의료정보전문회사 M&M사와 수출상담이 성사되어 매년 60만달러를 또 벌어들이게 됐다. 대만과 아르헨티나 기업과도 수출이 성사단계며 최근엔 미국진출도 추진해 현지 판매대행사를 찾는 중이다.

조사장이 95년 5천만원을 들여 개발한 ‘DR. PSs’프로그램은 현재 국내 7백50개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독창적인 소프트웨어다. 그러나 대형병원엔 ‘입주’조차 못한 찬밥신세. 외국에서 기술력을 먼저 인정한 셈이다.

조사장은 “팔릴 것을 만드는 벤처기업만이 IMF위기를 넘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출력있는 상품을 개발하면 외국에서 먼저 손을 내민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조사장은 “벤처기업들이 틈새시장(니치마켓)만을 노린다면 미래는 없다”고 잘라말한다. 성장가능성이 큰 시장을 타겟으로 삼아 집중공략하라는 얘기다.

그 다음으로는 ‘글로벌한 사고’를 주문한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컴덱스에서 있었던 일화 하나. 당시 조사장은 ‘DR. PSs’의 영어버전을 전시회에 내놓았다. 서양인들의 큰 호응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골격 등이 다른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백인의 얼굴 점빼기와 주름살제거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급히 프로그램을 수정해 위기를 넘겼지만 폭넓은 사고의 필요성을 실감한 대목이었다.

83년 대학재학시절 4백5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벤처사업을 지난해 매출 1백7억원, 순익 8억8천만원의 규모로 끌어올린 조사장은 “의료기기 시장은 무한대다. 비록 지금은 1개의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보유하고 있는 1백50종 모두를 수출할 것”이라며 기염이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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