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탐구]양창순/『책임은 5대5』서로 나누자

  • 입력 1998년 7월 15일 19시 24분


부부상담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처음에는 서로 상대방의 탓이라 우기던 칼날이 조금 무디어지고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약간은 인정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결코 책임이 서로에게 반반씩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부부문제의 책임이 5대5라는 것은 분명 문제를 일으킨 쪽이 있지만 상대의 반응에 따라서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

예를 들어 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왔다 하자. 당장 “어떻게 돼서 당신은 매일 술만 마시고 다니느냐. 돈은 어디서 나느냐”부터 시작해 그동안 쌓인 불만까지 그 자리에서 다 털어놓을 것인가. 아니면 ‘술 취한 사람 붙들고 이야기 해봤자 감정 대립밖에 더 얻겠어, 그냥 자고 술 깬 다음에 차분히 얘기하지’하는 결정은 순전히 아내의 자유의지에 달려있다.남편의 행동도 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임이 반반이라는 것인데 아무리 설명해주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책임이 반반이라는 것은 말이 안되고 최소한 상대방과 자신의 ‘책임비율’이 6대4이거나 아니면 7대3이라고 우겨댄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왜 7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꼬치꼬치 캐고 있으니 전혀 대화가 진전되지 않을 수 밖에.

누군가 결혼의 정수는 로맨스가 아니라 자신과 상대방이 완벽하지 못하고 실수 투성이의 인간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속으로는 ‘죽어도 5대5는 아니야’라고 생각하더라도 한번쯤 너그럽게 “그래, 우리 같이 책임을 지고 같이 노력하자”고 하면 싸늘하게 돌아선 배우자의 마음을 돌이킬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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