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원영희/北잠수정과 해군남편

  • 입력 1998년 6월 30일 19시 32분


맑은 햇살에 밝은 웃음을 짓던 유월의 신록도 어느새 굵은 빗방울에 젖어간다. 오늘도 덩그런 방에는 땅 한점 보이지 않는 드넓은 바다에서 낡은 배를 타고 바다를 지키고 있는 남편의 분신이 오래전 출동을 떠난 아빠의 얼굴을 잊은 채 놀고 있다.

바다를 사랑하고 하얀 갈매기를 마냥 좋아하는 사람의 아내가 된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울컥울컥 울음을 삼킨다. 북한의 잠수정 한 척으로 인해 TV와 신문은 내 남편, 아니 해군이 동해를 지키지 않은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잠도 오질 않고 식욕도 없다.

잦은 출동으로 인해 아빠가 오면 낯선 사람이 온 양 엄마의 치맛자락으로 가리고 숨던 아이의 모습에 시무룩해 하던 남편. 오랜만에 집에 와도 “아, 땅을 밟으니까 참 좋다”는 소박한 표현으로 아내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남편. 이제는 그 사람과 바다를 이해하고 내가 해군의 한사람인 양 자부심을 갖고 지내던 내 자신이 잠수정 사건으로 인해 너무 초라해졌다.

한국해군은 그저 택시기사보다도, 꽁치잡이 어부보다도 바다를 못지킨다는 평가에 국민들이 해군을 그저 노나 젓는 그런 모습으로 보지 않을까 가슴 아프다.

원영희(경남 진해시 경화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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