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短見」이 부른 초라한 월드리그성적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43분


6일과 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98월드리그남자배구대회 한국 대 쿠바전. 한국이 두번 모두 무기력하게 0대3으로 져 경기장을 찾은 팬이나 TV 시청자를 짜증나게 했다.

키와 힘 모두 월등한 쿠바 선수들을 상대로 한 힘겨운 경기였지만 한국 특유의 야무진 속공이나 끈질긴 수비력 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맥없이 주저앉은 것은 팬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본사로 전화를 건 한 열성팬은 “쿠바를 꺾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투지도 의욕도 실종된 우리 선수들의 모습에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한국팀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표면적인 이유는 김세진 이경수 등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뛰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월드리그에서 한국이 2승6패로 조 최하위로 추락한 근본적인 이유는 배구계의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다.

대한배구협회를 비롯한 실업팀 관계자들은 국내대회에서의 성적 내기와 관중 모으기에만 신경을 쓸뿐 월드리그는 참가하는데 의의를 둘 정도.

김세진과 이경수가 뛰지 못하는 것도 3개월동안 벌어진 98슈퍼리그에서 혹사당했기 때문. 여기에 배구협회는 이들의 부상을 감안하지 않고 국내에서의 명성과 인기도만을 감안해 대표팀에 덜컥 선발,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월드리그의 준비 과정도 철저하지 못했다. 대회에 출전하기 전 최소한 국내 실업팀들과의 평가전이라도 몇차례 가져 전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후도시감독을 파견해 한국의 월드리그 경기를 꼼꼼히 분석하며 12월 방콕아시아경기에 대비하는 일본배구계의 자세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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