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산체스 「노장의 모범」

  • 입력 1998년 6월 7일 20시 14분


“이겨서 미안해. 우리 모두는 너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슬퍼하고 있단다. 베테랑으로서 우리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잖아. 힘 내.”

모니카 셀레스(미국)를 꺾고 98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 여자단식 패권을 차지한 26세의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스페인).

4년만에 롤랑가로 정상에 등극한 그는 우승을 환호하기에 앞서 네트를 사이에 두고 울먹이는 셀레스(24)를 위로했다.

노장으로서의 동병상련일까.

최근 여자테니스코트엔 10대들의 돌풍으로 노장들이 설자리가 없었다.

올 초 재기를 노리던 ‘테니스 여제’슈테피 그라프 마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급기야 세계랭킹에서 제외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관심의 초점은 역시 힝기스와 윌리엄스 자매. 노장들은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특히 산체스는 16강전에서 맞선 셀레나 윌리엄스의 거친 매너에 울화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부친의 사망후 충격과 슬픔을 딛고 일어선 셀레스를 격려하는 것. 산체스는 이것이 ‘버릇없는 10대들의 잔치’가 되어버린 여자테니스계에서 선배들이 보일 수 있는 모범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